그린벨트 원칙의 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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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설부는 불합리하게 설정된 그린벨트 경계선을 연내에 모두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1년에 설정된 그린벨트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계선이 바뀌지않은채 대도시 주변 녹지공간의 보존에 크게 기여해왔다. 정부의 이번 그린벨트 경계선 조정계획은 경계선 책정 당시 너무 획일적·무차별적으로 선을 획정함으로써 발생한 불합리들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알려졌다.
정부의 그린벨트 수정계획이 이같은 원칙에 충실하고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는 최소한으로 한정된다면 이번의 경계선 조정은 타당성을 주장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문제는 주민들의 이해뿐 아니라 광범한 경제·사회적 파급을 불러 알으킬 소지가 많은 중요한 사안이므로 비록 최소한의 조정이라해도 여간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린벨트가 공장이나 마을, 심지어는 방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불합리와 그에따른 불편은 당사자가 아니라도 짐작키 어려운일이 아니다. 이같은 불합리는 단순한 생활상의불편에 그치지 않고 재산권의 행사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어 주민들의 고통이 적지않았다. 건설부가 올들어 정밀조사한 실태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불합리한 사례가 전국에서 1백개 지역에 달하고 그중 대부분인 73개 지역이 건물 한가운데를 경계선이 지나는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의 경계선 조정은 이같은 명실업자하고도 객관적인 사례에 엄정히 국한시켜야함은 물론이고 이같은 재조정의 원칙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국민둘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대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은 언제나 저재적 도시화의 가능성 때문에 투기의 온상이 되어왔고 실제로 그린벨트의 운영원칙도 갖가지 명분으로 훼손되어왔기 때문에 조그마한 행정의 틈이라도 생기면 언제라도 투기가 재연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린벨트정책의 핵심은 확고한 원칙의 고수와 공명정대한 운영이 되어야하며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어떠한 변법이나 예외도 인정되어서는 안될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그린벨트운영은 원칙에 충실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경직적이라 할만큼 철저하게 지커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주변 녹지는 갖가지 명분으로 훼손되고 침식당해왔으며 불법건축과 예외 인정 또한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서울을 비릇한 대도시 주변녹지공간은 급격히 비대화되는 도시인구와 공간수요로 인해 그린벨트정책의 원칙을 고수하기가 가장어려운 취약지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행정의 신축성이라도 크나큰 파급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
때문에 그린벨트의 경계선 조정은 지금까지의 녹지지역안의 예가 인정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정성파 객관성의 확보에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 없이는 어떠한 명분의 그린벨트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려우며 혼란과 불만을 가중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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