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력승려, 이젠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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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요일 대낮 서울조계종의 포력승려 집단난인을 보며『저둘도 종교인인가』하는 인상을 지을수 없었다.
불교 조계종 승려들의 종권싸움은 이제 더이상 사회와 신도들의 유해와 용인의 대상일수 없다.
28일 새벽 서울 조계사구내의 총무원청사에 난입, 종권을 일시 불법 탈취한 승려들의 난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여러차례 우리 불교계의 난맥과 무질서를 체험해온 사회로서도 이번의 조계종 승려 난동사건은 다시 묵과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철저한 책임추궁과 종단기강확립의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실감하게된다.
이번의 난동은 물론 지난 40년간 누적되어온 조계종 종권다툼의 실상을 노골화한 한 실례라고는 하지만 불교승려들의 기본 자질과 소양. 그리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문제성등을 모두 드러낸 비극적 사태다.
왜냐하면 그둘은 불자를 자처한 승려로서 부처님의 가르친 진리를 도외시하고 오히려 속세의 탐욕에 물든 시정 잡배들과 다름없이 불법으로 작당해서 종단내 무질서를 촉발하고 있다.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물의를 일으킨 승려들은 물론 승단내 극소수에 불과한 일부이지만 그들 50여명의 불법행태는 우리 1천6백년 한국불교의 전통과 1천3백만 불자들의 화합단결을 파괴한「마군이」(마군)로서 정죄되어야겠다.
불법을 지행한 승려들은 다행히 신도들에 의해 진압되고 종단의 집행기구는 9시간만에 원상을 희복하였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조계종분쟁사상 그 어느때보다 추악한 양상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조계종 총무원의 접수를 위한 포력마찰사태는 이미 여러차례 있었고 특히 대심일당의 서옹종정린치사건등 기상천외한 탈법사태가 세인을 놀라게 한바 있지만 이번처럼 조계종의 새출발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전적으로 저버린 무지막지한 거조는 실로 신도와 사회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하겠다.
이번 조계종사태는 세가지 점에서 특히 집행부를 비롯한 조계종전체의 반성을 촉구한다.
하나는 조계종을 운영하고 있는 현집행부가 지난 몇달동안 반대파인 소장층승려들을 무마하고 화합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승복시키지 못한 점이다.
성철종정과 녹원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조계종의 발전을 지향한 활기찬 노력이 아쉽다.
둘째는 조계종단의 정화와 개혁이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더이상 수도는 않고 싸움질만하는 승려들은 종단안에 두어둘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종단설립후 질서를 잡는데 40년이면 이제 충분한 세월이 흘렀다. 파사현정의 찰퇴 (철퇴)로 승단의 정화작업이 추진돼야겠다.
세째는 신도의. 위치정립이다. 지금까지 사부대중의 종단이란 말만해오던 조계종에서 의식있고 열의있는 재가 신도들이 출가승려들에게만 맡겨졌던 종단운영에 적극 참여할 계기를 마련해야겠다.
이번 조계종 승려들의 난동을 신도들이 진압하고 불법의 정통을 호지한 사실은 미래불교의 좋은 징표가 될것이다.
승단을 비롯한 조계종의 쇄신노력을 기대하며 이제야말로 다르마 (불법)의 금강력이라도 발휘되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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