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불체…고단했던 이민살이 접고…김인배 할아버지 40년 만에 고국으로

미주중앙

입력

김인배(77.사진) 할아버지가 한국으로 갔다.

자신의 생일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과도 연락이 끊겼던 치매 초기 김 할아버지는 한국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40년 전 미국에 왔다가 서류미비자가 된 까닭이었다.

갈 곳이 없어 노숙자 숙소에서 살았다. 한국 여권도 없었다.

그래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 김 할아버지는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김 할아버지를 돌보던 김요한 신부에 따르면 LA총영사관을 통해 지문 조회를 하고 신분을 확인한 뒤 한국 여권을 만들 수 있었다.

한 독지가가 할아버지의 비행기표를 사줬다. 함께 지내던 노숙자들이 돈을 모아 용돈도 드렸다. 한국에 가면 경찰과 교회 등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도 알려줬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0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기쁜 마음으로 갔다. 잘 도착했다는 연락은 아직 없다. 가족을 찾는 일도 힘들 것이다. 다만 치매가 더 심해지기 전에 가족을 만나길 그리워했던 그곳에 가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재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