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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문화 콘텐츠 사랑방 ‘CKL’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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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한국전쟁 이후 이산의 아픔과 베트남 파병 등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 영화 ‘국제시장’이 3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상영된다. 미국 의회에서는 최초로 상영되는 국내영화다. 1400만 국내 관객을 울렸던 주인공 ‘덕수’의 “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는 사투리 대사가 미국인들의 가슴에 어떤 울림을 전달할지 자못 궁금하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콘텐츠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믿기에 미국 현지의 반응과 평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편 국내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한 미국의 다양성 영화 ‘위플래시’가 화제와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최고의 뮤지션이 되겠다는 주인공의 열정에 절로 감정이입이 되고 강렬한 드럼비트는 관객들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려 열광케 만든다. 열정과 노력으로 치자면 영화 기획·제작현장, 홍대거리, 이름 모를 어느 골방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창작열과 예술혼을 불태우는 우리의 문화예술인들과 창작자들도 ‘위플래시’의 주인공 못지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과 무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사랑방은 손님을 맞는 방으로서의 의미도 있었지만 선비들의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사랑방에서 자주 모여 함께 시도 짓고 글씨를 써서 남기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사랑방에서 만들어진 이런 작품들이 지금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귀중한 문화유산들이다. 사대부들의 사랑방은 학자와 예술창작자들에게 언제든지 열려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맘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종이·붓·먹·벼루 즉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넉넉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이런 사랑방 문화가 문화융성으로 강국을 꿈꿔야 할 오늘날에 현대식으로 부활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해 5월 문을 연 콘텐츠코리아 랩(CKL)은 자유로운 꿈의 콘텐츠 창작공간을 목표로 하는 21세기의 문화 콘텐츠 사랑방이다. CKL은 국민 누구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하고 마음 맞는 이들과 서로 공유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창업까지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KL은 개소 1년만에 창작, 창업을 위한 방문자 수가 7만 명을 훌쩍 넘어섰는가 하면 총 125억원의 민간기금 유치에 성공하고 93건의 창작 및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영화인들에게 1000만 관객 동원은 늘 꾸는 꿈이다. CKL이라는 콘텐츠 사랑방이 전국 곳곳에 설립되고 창작과 창업을 꿈꾸는 천 만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는 날이 오면 백범 김구 선생이 원했던 ‘문화강국과 콘텐츠로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