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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집잃은 주민 겨울 날 일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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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설악과 한라산엔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데… 집짓기가 늦어져 겨우살이가 큰 걱정이다』
지난 9월초의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수해지역주민들은 요즘 겨우살이 걱정에 새벽공기만큼이나 마음이 차갑다.
겨울추위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물에 씻겨 내려간 집을 추위전에 마련키 어려워진데다 더러는 실농에 가까운 농경지에서 거둬들일 수확이 없기때문이다.
수해가 있은지 2개월이 다되도록 대부분의 피해주민들이 집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것은 아직 복구 보조비·주택자금등이 피해자들에게까지 영달되지않은 지역이 많은데다 더러는 자기부담분을 마련할수 없어 주택복구를 포기하고 있기때문이다.
산사태로 14명이 떼죽음한 경기도김포읍북변리 주민들을 위한 주택은 24일에야 착공했으며 가옥피해가 심했던 강원도의 경우 신축중인 가옥 3백4채중 입주한 곳은 산간지방의 22채뿐으로 나머지는 12월중순으로 미뤄졌다. 경북·경남·전북등에서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며 기초공사만 해놓고 증단한곳도 있다.
일부 농민들은 사채를 빌어 짓기도 하며 사채를 쓸수없는 영세농민들은 친척이나 친지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겨울을 지낼 계획이다.

<주택복구>
15평규모의 전파 경우 3백78만원의 융자금(1년거치 19년상환 연리10%)과 국고보조비·자부담등 모두 6백3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 융자 알선과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으나 충남의 경우 수재의연금 50만4천원과 시멘트 99부대씩(전파)만 받아놓고 있어 복구가 더디다.
수해가 가장 심한 경북의 경우 지난 9월10일 기채(기채)신청을 했으나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데다 보조금마저 받지못하고 있다.
성주군용암면문명2동 이명수씨(53)의 가족12명은 방3칸·부엌1칸의 12평짜리 집을 잃은뒤 집터에 3평 남짓한 1칸짜리 가건물을 짓고 어렵사리 지내다 지난15일 첫추위를 겪고부터 무작정 집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융자금과 보조는 받지 못한채 9월28일 받은 수재의연금 33만6천원으로 철근 0.5t과 시멘트 6부대를 마련, 옛 집터에 6개의 철근기둥을 세우는 등 기초공사를 시작했으나 돈과 기술이 없어 요즘은 차일피일 집터만 고르는 형편.
이를 보다못한 이웃주민 18명이 지난19일 성주군에 『이씨를 도와달라』고 진정까지 했으나 『건물이 완공돼야 이를 담보로 대출케 되어있으니 이웃주민들이 불우이웃을 돕는 성의로 협조해달라』는 해답뿐. 그러나 주민들도 같은 수재민인데다 농번기여서 일손을 돌릴수없다고.
이마을 김용구씨(50)도 융자등을 기다리다 못해 농협에서 일반대출 1백만원, 사채 1백70만원등으로 지난달22일 착공했으나 돈이 떨어져 공정 50%선에서 공사중단상태.
산사태로 12평짜리 목조기와집을 잃은 김복만씨(45·속초시대포동4통2반)는 속초시가 신축하는 10평짜리 수해복구주택을 신청해놓았으나 당초 예상보다 2개월이상 늦어지자 옆집 김삼길씨(73)의 2평짜리 월세(2만원)방에서 6식구가 임시거처를 쓰고있다.
대포동에서는 지난번 수해로 가옥44채가 전파 또는 반파, 1백7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시는 당초 이들 수재민과 위험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대포와 외용치2개소에 61채의 단독주택(10∼l5평형·시멘트벽돌조)을 지어 10월말까지 입주시킬 계획이었으나 부지매입지연 등으로 착공이 늦어져 오는12월 중순에야 입주할 전망이다.
14명이죽고 30명이 부상하는등 피해를 본 경기도 김포읍북변리주민들은 수해이후 뿔뿔이흩어졌고 일부는 학교관사 또는 우체국관사에 머물고있다.
김포군은 완파가옥 주민을 위해 군유지 4백여평을 마련, 17평규모의 연립주택 12동을 짓기로 하고 24일부터 대지정지작업에 나섰지만 입주대상자들은 융자금이 나온다해도 자부담분이 1백30만∼l백70만원이나 되고 겨울철공사가 차질을 빚지않을까 걱정이다.

<복구포기>
전북완주군조촌면 여의리 송장섭씨(61)는 군에서 융자금(2백70만원)과 보조금 (84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으나 자기부담분(84만원)을 마련하지못해 집짓기를 포기하고 아들집에서 겨울을 지내기로 했다.
충남수산군음봉면삼거리 정운성씨(59)는 남의 논밭2천평을 빌어 경작해오다 집을 잃었는데 수재의연금 50만4천원 이외의 융자·보조 등이없자 사채 2백20만원을얻어 아예 이웃의 빈집을 샀다.
충남당률군의 경우 전파 12동중 4동이, 전북완주군에서는 24동중 7동이 복구의사를 포기했다.

<농경지피해>
논 5마지기에서 예년이면 벼25가마를 수확했던 최갑진씨(57·여·경북 성주군용암면문명2동)는『올해는 쭉정이 벼 5가마밖에 수확하지 못했으며 그나마 도정공장에서 받아주지 조차 않는다』고 했다.
이마을 문명들 57ha중 24일 현재 벼베기실적은 68.4%인 39ha. 농민들은 흙먼지속에 쭉정이만 거둬들이는 벼베기를 포기하고 있다.
문명2동 36가구중 가옥전파 9채, 반파 8채등 17가구가 집을 잃었고 농작물도 80%이상 피해를보아 농민들은『올겨울 나기가 큰일』이라했다.
2백88ha의 농경지가 유실 또는 매몰된 충남의 경우 부락당 1ha이상의 피해에 매몰된 흙두께가 10cm이상농가에만 복구비를 지원키로해 대부분의 피해농가가 혜택을 받지 못했으며 아산군의 경우 침수당시 흰빛잎마름병 방제농약대를 ha당 2만4천40원씩 지원키로 했으나 수확이 끝난 아직까지 자금이 영달되지않은 실정이다.

<시설복구>
경인지역을 비롯, 충남북·강원지방에서 9월말로 응급복구를 대부분 마무리짓고 항구복구작업에 들어갔으나 총소요예산 9백43억1천5백여만원중 국고보조 5백64억3천6백여만원이 영달되지않아 전체공정의 25.9%밖에 진척되지 못하고있다(10월17일 현재).
중부지역 4개도내의 수해복구 대상 9천7백87건 가운데 도로교량은 8백35건에 16.8%, 수리시설은 25%, 유실매몰된 농경지는 3천8백36.4ha중 41.5%인 1천5백92.1ha가 원상회복됐을뿐이다.

<건설부관계자>
수해복구비로 책정된 1천5백42억원중 추경예산 5백14억원을 제외한 1천28억원(의연금·금융지원·자부당포함)을 각시·도에 배정, 피해복구를 지원토록 했다.
추경예산도 국회에서 통과되는대로 곧 배정할 계획이다.
특히 피해가옥 복구비는 우선 지원토록 지시했다.
다만 주택복구비의 경우 착공을 해야만 지원자금이 나가기 때문에 토지주인과의 협의지연등으로 착공조차 못한 주민에게는 아직 복구비가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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