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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 메르스 감염 우려에도 격리 거부했다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을 여행한 한국인 여성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홍콩 위생 당국의 시설 격리 조치를 한때 거부해 비난 받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한국의 방역 의식 결핍과 개인만 생각하는 후진적 시민의식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대공보 등 중화권 언론은 지난달 31일 홍콩 중심부 코스웨이베이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빌딩에서 전날 오후 4시(현지시간) 한국인 여성 2명이 위생서(위생부) 직원들에게 연행되듯 응급차량에 실려간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OZ723편으로 홍콩에 온 이들은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 K(44)씨 주변 좌석에 앉은 29명의 승객 명단에 포함돼 당국의 격리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시설 격리 조치를 거부하다 이틀 뒤 홍콩 위생당국과 주홍콩 한국 영사관 직원들의 설득을 받고 격리 조치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홍콩 사이콩에 있는 맥리호스 휴양촌으로 후송돼 메르스 균의 최장 잠복기간인 2주 동안 격리될 예정이다. 이 곳에는 우선 격리 대상자 중 이미 홍콩을 떠난 11명을 제외한 18명이 격리돼 있다. 가오융원(高永文) 홍콩식품위생국장은 “한국인 2명에 대한 격리에 실패했다면 메르스 확산에 대한 홍콩인들의 공포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여성이 머물렀던 엘리자베스 빌딩의 한 거주자는 “자신의 불편만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 한국인들에 대해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홍콩의 ‘질병예방과 통제 조례’는 위생 관련 책임자가 전염병 감염자나 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해 서면으로 격리 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할 경우 최고 1만 위안(약 178만원)의 벌금이나 최장 6개월 구금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사스로 65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중국과 홍콩은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설 격리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있다.

나이지리아도 2014년 7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되자 18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통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해 격리했고 1만8500여 명에 대한 검사까지 실시하며 에볼라 확산을 차단했다. 이는 전염병 퇴치의 국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신화 통신은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에서 K씨와 접촉한 47명도 현지에서 시설 격리 중이라고 전해 메르스와 관련 홍콩과 중국에서 격리 중인 사람은 모두 65명이다. 이중 한국인은 8명으로 파악됐으며 K씨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임지수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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