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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도 패션의 일부, 스타일 완성하는 마지막 액세서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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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랜드 샤넬(Chanel)의 향수는 여성들에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향수를 입지 않은 여자에겐 미래가 없다”(가브리엘 샤넬·1883~1971·사진) “매일 샤넬 넘버5를 입고 잠든다”(메릴린 먼로·1926~62) 등 샤넬 향수와 관련된 유명인들의 발언이 명언처럼 기억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일까. ‘정통’ ‘프리미엄’을 내세운 니치(niche)향수를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샤넬은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향수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자체 조향사를 두고 있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향료제조회사에서 만든 향을 사다가 브랜드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샤넬은 처음으로 ‘넘버5’를 선보였던 1921년부터 지금까지, 전속 조향사가 향수를 만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샤넬의 굳건함은 조향사의 능력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샤넬 4대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

새롭게 출시되는 샤넬의 향수가 주목 받는 것도 조향사의 영향이 크다. 새 제품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올리비에 뽈쥬(41·사진). 샤넬의 4대 조향사인 그는 3대 조향사, 자끄 뽈쥬의 아들이다. 자끄 뽈쥬는 향수업계의 기념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78년부터 ‘넘버5 오 프르메에르’ ‘코코 마드모아젤’ 등 샤넬을 대표하는 향수를 만들어내며 30년 넘게 브랜드를 이끌어왔다. 올리비에 뽈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샤넬의 조향사 겸 향수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샤넬에 오기 전, 프랑스 그라스의 샤라보, 미국 뉴욕의 IFF 등 유명 향료 회사에서 향수를 만들며 경력을 쌓았다. ‘샤넬의 코’로 불리는 그가 아버지의 작품인 ‘샹스’의 네 번째 시리즈, ‘샹스 오 비브’를 선보였다. 새 향수의 출시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그를 week&이 만났다.

6월 출시 예정인 샤넬의 새 향수 ‘샹스 오 비브’

샤넬의 조향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1~2년 새 한국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시아 트렌드의 중심이고, 아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라고 들었다. 그래서 직접 와보고 싶었다. 강남역부터 북촌 한옥마을까지, 서울 곳곳을 둘러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같았다.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샤넬의 조향사가 됐다. 아버지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

“원래 꿈은 조향사가 아니었다. 예술사를 공부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부족했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스무 살 여름, 우연히 샤넬프랑스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조향사가 나에게 맞는 직업이란 걸 깨닫게 됐다. 아버지가 향수에 대해 직접 가르침을 준 적은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감각이 쌓인 것 같다. 여덟 살 때 향수를 처음 접했다. 아버지가 집에 갖고 오셔서 어머니가 테스트로 뿌렸던 ‘코코 마드모아젤’이었다.”

새로운 향수를 만드는 작업이 궁금하다.

“향수를 만든다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원료 조합을 찾아내는 일이다. 연금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각각의 원료가 갖고 있는 특유의 향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향에 도전한다. 향수의 원료는 꽃에서만 추출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의 뿌리·열매, 나뭇가지도 사용된다.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부터 조합비율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향수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번 샹스 오 비브를 만드는 데도 약 8개월이 걸렸다. 오렌지·재스민·그레이프후르츠가 주원료다. 은은한 향의 삼나무 아이리스도 들어가 상큼함이 배가됐다.”

최근 한국에선 ‘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향초·디퓨저 등의 판매가 늘었고, 니치 향수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한국이 ‘향’에 친숙해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향수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샤넬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방향은 다른 브랜드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샤넬은 기본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다. 향수를 패션의 일부로 제안한다. 향기는 가장 마지막에 착용하는 액세서리, 즉 스타일을 완성하는 일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샤넬만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방향성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신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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