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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지령받고 황장엽·강철환 암살계획한 국내 공범 구속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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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암살을 시도한 일당의 공범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황 전 비서를 살해하기 위해 필리핀 조직폭력배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도 모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백재명)는 황 전 비서와 대북 활동가 강철환씨의 암살을 계획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로 박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씨는 앞서 검찰이 북한 공작원 장모씨의 지령을 받고 황 전 비서의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김모(65)씨의 국내 공범이다. 김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장씨와 접촉해 북한 황해도 사리원 인근에서 필로폰 70kg을 제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9년 9~11월 김씨로부터 “중국에서 오더를 받은 것인데 황장엽의 소재를 알려주면 사례하겠다” “중국과 연계된 조직에서 황장엽을 처단하라는 오더를 받았는데 성공하면 돈을 주겠다” 등의 제안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CCTV 등에 노출되니 필리핀 깡패 4명을 이용해서 실행(암살)한 다음 해외로 도피시켜야 겠다”며 구체적인 황 전 비서 암살 계획을 김씨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처단 즉시 해외로 도피시키는데 대포차를 이용해 사고를 내거나 자유북한방송국 출입시 칼을 이용해 살해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박씨는 황 전 비서가 출연하던 자유북한방송의 일정표와 주소, 출연시간 등 세부 동향자료,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 정보 등을 A4용지에 적어 보고하고 그 대가로 2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듬해 박씨는 김씨에게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를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도 박씨는 “황장엽과 유사하게 외국인을 데려와 처단한다”“죽이지 못하더라도 활동을 하지 못하게 반신불구로 만들면 된다”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황 전 비서 10억원, 강 대표 5억원 등을 실행 비용으로 요구했지만 김씨가 ‘공작금을 좀 낮춰달라’고 하면서 실행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2010년 10월 황 전 비서가 노환으로 자택에서 사망하면서 박씨의 계획은 미수에 그쳤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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