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끝내 사과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또 한 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이효순(90) 할머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8명 중 52명만 남게 됐다.
이 할머니는 천식과 패혈증으로 경상남도 창원시 파티마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27일 오후 7시50분 숨을 거뒀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났다. 열 여섯 살이던 41년 위안부로 끌려갔다. 처음엔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로 갔다가 대만·중국·싱가포르·베트남 등지로 끌려다니며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었다.

이 할머니는 광복 후 2년이 지난 1947년 돌아왔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향인 의령군에 머물 수 없었다. 언니와 친척 등이 살고 있는 부산과 마산·서울 등지로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2007년에는 창원에 사는 여동생(80) 집 옆에 단칸방을 얻어 지냈다가 건강이 악화돼 이듬해부터 요양병원 등을 전전했다. 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는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면 좋겠지만 어떤 인간들인게 사죄를 하겠느냐'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시민모임은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29일 오후 7시 빈소에서 추모식을 한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다.

한편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민간위원장 정종욱)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기록을 총정리해 백서를 발간한 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백서는 여성가족부가 주도해 만든다. 송경원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기획단장은 “국내외 위안부 피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면서 여성 인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 연대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노진호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