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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펄펄 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기업들의 최근 실적 개선이 ‘엔저(円低·엔화 약세)’ 효과 때문 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 자료를 정리해 낸 ‘일본 주요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에서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엔저 효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 주요 상장기업 530개사의 영업이익은 30조4000억엔(약 27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4000억엔(약 3조6000억원) 늘었다. 엔저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환차익만 9000억엔(약 8조100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인 2조7505억엔(약 2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엔저 때문 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요인으로 철저한 소비자 중심 영업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 획기적인 마케팅 등을 꼽았다. 예컨대 자동차 업체 스바루(SUBARU)는 미국 시장에서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현지화를 했다. 주력 차종인 레거시는 “실내 공간이 좁다”는 미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형화했다.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많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재편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7년 연속 판매량이 증가한 유일한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미쯔비시 연필도 소비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볼펜·샤프를 결합한 사무용 다기능 펜, 본체 굵기를 얇게 만든 여성용 ‘F 시리즈’와 5만원 상당의 고급 사무용 볼펜 ‘프라임 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또 의료기기 전문업체 ‘마니’는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연 2회에 걸쳐 ‘세계 제일인가, 아닌가’라는 주제로 사내 회의를 열어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품을 폐기했다. 안과용 나이프 시장에선 연내 세계 최대기업인 스위스 알콘사를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34%다.

김은영 무협 도쿄지부장은 “일본 기업들은 기나긴 엔고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효율화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최근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도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부응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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