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기업 매년 늘지만 3년 내 생존율 절반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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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업 기업 수가 매년 늘고 있지만 창업 3년 뒤 생존한 기업은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5일 공개한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의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 극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창업 기업 수는 8만4697개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만855개(전년 대비 -5%)에서 2009년 5만6830개(12%)→2010년 6만312개(6%)→2011년 6만5110개(8%)→2012년 7만4162개(14%)→2013년 7만5574개(2%)로 꾸준히 증가세다.

이들 창업 기업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2013년 기준 41%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주요 회원국 중 최하위다. 룩셈부르크(67%)가 가장 높았고 호주(63%), 미국(58%), 이스라엘·이탈리아(55%) 순이었다. 한국은 창업 기업의 75%가 창업 5년 이내 문을 닫았다.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도전하는 음식·숙박업 창업은 5년 뒤 생존율이 18%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한 기업은 8%에 불과했다.

김보경 무협 연구원은 “한국은 부가가치가 낮고 신규 진입하기 쉬운 ‘생계형 창업’ 비중이 63%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 생존율이 매우 낮다”며 “시장의 기회를 잡아 사업화하는 ‘기회형 창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협은 국내 창업 기업이 ‘데스 밸리’를 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데스 밸리는 신생 기업이 매출 정체, 자금 고갈, 신 시장 진출 같은 데서 어려움을 겪는 창업 후 3∼7년 사이 기간을 말한다. 무협은 데스 밸리를 극복하려면 연구개발(R&D) 지속투자 신규사업 발굴 효율적 경영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창업 기업을 양적으로 늘릴 뿐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는 내실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며 “실패자의 재창업을 유인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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