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 얽매인 무리한 진행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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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근래들어 방송가에는 이상징후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다름 아닌 「거친 방송이 인기있는 방송」이란 사조다. 세련되고 정화된「다듬어진 방송」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가끔 실수가 벌어지는 「거친 방송」이 어필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거친 방송의 지향은 생방송의 복고 선풍을 불러일으켜 최근의 쇼프로그램은 생방송 일색을 띠는 경향까지 있다.
생방송의 장점이란 말할 것도 없이 높은 현장감으로 인해 시청자가 감흥을 그대로 전달받을수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생방송의 화면은「죽은 화면」이 아니고「살아움직이는 화면」이 된다.
그러나 이 장점만을 사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부담이 따르는것 또한 사실이다.
생방송의 가장 큰 단점은 치밀성의 부족이다. 사전준비가 완벽했다해도 불의의 사고에 대처할 방도가 없다. 또한 진행이 산만하기 쉽고 진행·출연자들의 품위없는 어투·실수등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채 방송될수 밖에 없다.
여기에 또하나 덧붙이고 싶은것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오히려 겉핥기식의「안이한 제작이 남발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제작진 가운데서「생방송이 더 쉽다」라는 얘기가 나오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3일 대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MBC-TV의 『쇼2000』은 바로 생방송의 단점을 역력히 보여준 산 증거였다.
마이크 작동이 제대로 되지않아 가수의 노래소리가 한참동안 들리지 않는가하면 출연자와 MC간의 호흡도 맞지않아 (예:대구출신 연예인과 진행자간의 질의응답)서로 딴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거친 방송」으로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바로 이것이 방송문화를 해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청률이 방송의 척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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