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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홈런 69개, 작년의 2배 … 거인 깨운 장종훈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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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4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LG전. 5회 말 1사·1루에서 롯데 강민호(30)가 LG 투수 임정우(24)를 상대했다. 강민호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가던 중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배트가 부러진 것이다. 그러나 타구는 순식간에 왼쪽 펜스를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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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가 부러지면 힘이 분산된다. 100% 파워가 실리지 않은 타구가 홈런이 됐다는 건 괴력(怪力)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SK 최정(28)이 2006년 6월 7일 대전 경기에서 한화 구대성을 상대했을 때 배트가 부러지면서 홈런을 친 적이 있다. 구대성은 “압축(부정) 배트를 쓴 것 아닌가”라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3회 말에도 솔로포를 날린 강민호는 나바로(삼성·16개)에 이어 홈런 공동 2위(15개)에 올랐다. 롯데는 강민호의 활약에 힘입어 LG를 10-3으로 대파했다.

 지난해 강민호는 잇따라 헛스윙을 해대며 ‘강풍기(강민호+선풍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타율 0.229, 홈런 16개에 그치는 동안 삼진을 92개나 당했다.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액인 75억원에 계약한 직후여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1년 만에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특히 장타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강민호는 “모두 장종훈 코치님 덕분이다. 그동안 변화구에 워낙 많이 속았지만 장 코치님이 중심이동에 대해 설명해줘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팀 홈런 1위(69개)를 달리고 있는 롯데 타선에는 쉬어갈 틈이 없다. 지난 23일 LG전에서 7홈런을 쏘아올린 롯데는 24일에도 4홈런을 터뜨렸다. 지난해 팀 홈런 4위(127개)였던 롯데가 ‘장타군단’으로 변신한 데에는 장종훈(47) 타격코치의 역할이 크다. 장 코치는 1992년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1홈런) 시대를 연 인물이다. 87년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그는 지독한 훈련 끝에 90년부터 92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다.

 장종훈은 이종운(49) 롯데 감독의 요청으로 지난해 말 한화를 떠나 롯데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이 감독은 98년 한화에서 1년간 함께 뛴 장 코치의 성실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습생 출신인 장 코치가 성적 부진과 내홍으로 좌절한 롯데 선수들을 일으켜 세울 것으로 믿었다. 장 코치는 롯데로 오자마자 강민호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올해 목표는 강민호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강민호뿐만 아니라 중심타선에서 11홈런을 때린 최준석(32), 지난 23일 3연타석 홈런을 친 오승택(24) 등이 장 코치 아래에서 힘차고 자신 있는 스윙을 하고 있다. 장 코치는 “롯데에는 원래 홈런 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난 그저 ‘결과에 관계없이 자기 스윙을 하라’고 강하게 주문했을 뿐이다. 그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IA, 삼성에 2연속 영봉승=광주에서 KIA는 삼성을 2-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KIA 외국인 타자 필은 3회 말 2루타를 때려 선취 타점을 올렸고, 6회 말에는 솔로홈런(시즌 7호)을 터트렸다. 전날(1-0 승) 결승 2루타에 이어 이틀 연속 결승타를 날렸다. KIA 선발 스틴슨은 8이닝 무실점하고 시즌 4승(3패)을 기록했다. KIA 우익수 박준태는 9회 초 2사 1·2루에서 김상수의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해 승리를 지켰다. KIA가 삼성전 위닝시리즈를 거둔 건 2011년 6월 17~19일(2승1패) 이후 1435일 만이다.

 kt는 한화를 13-4로 이기고 홈 6연패에서 탈출했다. kt는 2-4로 뒤진 5회 말 7점을 올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김상현은 9-4로 앞선 6회 말 솔로 아치를 그려 2011년(14홈런)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서울 목동경기에서 NC는 8-10으로 뒤진 9회 초 4점을 뽑아 12-11로 역전승했다. NC 2년차 포수 박광열이 10-10 동점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쳤다. NC는 5연승을 달렸고, 넥센은 4연패에 빠졌다. 서울 잠실에서는 두산이 SK를 7-2로 이겼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24일)

▶NC 12-11 넥센 ▶kt 13-4 한화 ▶KIA 2-0 삼성
▶롯데 10-3 LG ▶두산 7-2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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