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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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도 정기국회의 대정부질문이 15일 모두 끝났다. 6일간에 걸쳐 24명의 의원들이 발언한 이번 대정부질문은 선거를 앞둔 마감국회치고는 여야간 마찰이나 이렇다할 풍파없이 무난히(?) 끝난셈이다.
야당은 지난4년의 11대국회가 정치적으로 무력했고 보신과 안일의 추구에만 급급했으며 초대형비리와 부정을 밝히는데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그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반면 여당은 11대국회가 안정과 재창조의 계기를 마련했을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선도했다고 자평했다. 또 대화와 화합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율과 개방이 뿌리를 내렸다고 봤다.
이렇게 상이한 여야의 현실평가는 자연 원인분석과 처방에 현격한 시각의 차이를 나타내는것이며 정부의 답변은 선거가 가까와진 탓인지 종전보다 한결 강도높게 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정치분야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 이슈는 개헌과 평화적정권교체 문제였다.
야당은 선거인단이 뽑는 현행 대통령선거제도는 집권세력 내부의 인물교체나 권력승계를 가능케 할뿐 정당간의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단정했다. 때문에 이제도는 1당 장기집권을 명문화한 것이므로 12대국회에서는 기필코 직선제로 고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의원들은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예를 한번이라도 남기는것이 중요하고 현행제도라도 정당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맞섰다. 나아가 야당의 논리를 남미콜림비아식 정당교대집권제라고까지 반박했다. 또 진의종국무총리는『지금 우리가 할일은 현행헌법을 지켜 1인장기집권을 봉쇄하는 단임제를 철저히 실천하는것이며 개헌논의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여당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그다음 중요쟁점으로 제기된 지자제에관해 민정당측은 지자제연구위원회설치를 제시했지만 질문·답변을 통해 별로 구체적인 알맹이를 내놓지 않았다. 야당은 연구위설치를『목적지없이 떠나는 자동차』(김영광의원·국민)『수영을 배울때까지는 물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식의 궤변』(김재영의원·민한)이라는등 일종의 호도책이라고 평가했다.
여당 역시『지자제는 국민의 생활수준·의식구조·정치·문화적 배경등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최영철의원)는 식의 부연설명이었고 진총리는『자치기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실시를 위한 의지의 진일보는 느끼게하지는 못했다.
전면해금요구는 또하나의 단골메뉴였다. 야당은 4년내내 목같은 목소리, 똑같은 논리로 규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국민의 이름」으로 해제를 주장했다. 이에대해 정부·여당도『피규제자들이 국민앞에 반성하논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똑같은 답변을했다.
그 강도와 진지성 여부는 알수없으나 야당의원들에 의해 재야인사와 정부책임자간의 면담주선요구가 거듭 나와 주목됐다. 장외정치의 존재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으며 화해와 대화의 영역을 이들에게까지 넓혀야 한다는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정부는『피규제자일경우에는 해금되어 대화할수 있는 기회가 빨리 오기를기대한다』(진총리) 는 표현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사회문제 질문의 큰 줄기는 언론자유와 학원문제·노사관계였으나 질문과 답변은 계속 쳇바퀴만을 돌았을뿐 견해차이를 접근시킬수 있는소지는 보이지 않았다.
야당측은 주로 TV등 방송매체가 스포cm중계와 오락위주의 프로를 통해 우민화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기능이 일방적으로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영방송이 올바른 국민상정립에 기여하고 있으며(이진의문공장관) 언기법에 대해서도『정부와 민정당의 기본인식은 현행법을 시행해가는 과정에서 개정해야할 문제점이 없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진총리) 는것.
학원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단속방법·대응논리에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여당은『자율화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하되 극소수 학생들의 범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경제문제에 관해서도 여야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갈라섰다. 다만 외채·대기업에의 경제력집증·소득재분배·금융정책등에 우리경제의 구조적취약점이 있다는 점만은 여야 모두 인정했다.
외채는『민족사활의 문제』라는 야당의 주장과『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다』(장경자의원·민정)는 여당의 조심스런 걱정에도 불구, 정부측은『우리 경제의 규모나 대외신임도·원리금 상환능력에 비추어볼때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대기업군의 비대화에는 여야가 거의 인식을 같이했다. 정부도『산업화과정에서 파생된 불균형 현상』이라고 문제를 시인하면서『점진적개선』이란 처방을 제시했다.
이밖에 제2금융권에 의한 제1금융권의 잠식, 향락산업의 발로, 컬러TV수출정책, 수입자율화의 기준, 중소기업 대책, 주택정책, 농정문제등에 관해 야당은『심각한 사태』로 진단했으나 정부의 답변은『극복할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대정부질문을 통해제기된 문제와 여야간 시각의 차이는 앞으로 상임위활동을 통해 다시 거론되고 총선거의 쟁점으로까지 연장될게 분명하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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