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둥이」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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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의 나라 얘기지만 요즘 웃지못할 촌극을 보고 있다. 미국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사이에 오가는 실언이 그것이다.
지난 7일 종반전의 오픈 게임쯤 되는 부통령후보 끼리의 TV토론은「부시」후보 (공) 쪽의「약간 우세」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그 토론을 마치고 막후에서 벌어진「부시」후보의 실언은 계속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는 엊저녁 작은 궁둥이를 발길로 차주려고 했지』
이 말 가운데 작은 궁둥이(little ass) 란 말이 문제가 되었다.「작은 궁둥이」의 주인공인「페라로」여사 (민) 진영의 대통령 후보인「먼데일」은『지금 당장「레이건」대통령이「부시」에게 전화를 걸어「페라로」여사에게 사과하라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페라로」여사를「부통령후보」로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그러나「부시」는 『궁둥이를 차주었다』는 말은 미식칙구에서 쓰이는 속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작은」이라는 수식어다.
1975년간「H·웬트워드」(코널대교수) 와「S·B·플렉스너」(랜덤 하우스 사전편찬위원) 공저『미국슬랭사전』을 보면 미국사람들은 궁둥이 (ass) 라는 말속에 엉뚱한 의미를 숨겨 두고 있다.
흔히는「바보」라는 뜻이고, 때로는 내장(직장)이라는 말로도 대신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는 얼굴 뜨거워지는 외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자의 경우에만 한정된 속어다. 직접「섹스」란 뜻도 된다.
그밖에도『악의에 찬』『멍청한』『버릇없는』등의 뜻도 갖고 있다. 남의 나라 속어야 어찌되었든 공인의 언행은 동서를 불문하고「신중」과「책임」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을 찾게 된다.
미국의 경우「TV토론」이라는 기묘한 시험대를 통해 대통령·부통령후보의 면모를 채점하고 있다. AP통신은 전통적으로 그 채점의 기준을 6가지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①분석력 ②추리력 ③표현력 ④증거제시능력 ⑤조직력 ⑥평간.
이쯤되면 미국의 대통령되기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실감할수 있다.
「먼데일」후보는 뒤늦게「부시」후보의 실언을 틈타「레이건」대통령 치켜세우기를 선거전략으로 채택했다.「도덕군자」의 인상을 노린 역공이다.
정치의 세계라고 하늘 위나 땅 밑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임」의 양상만은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사석의 실언도 공인에겐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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