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코웃음치기 보다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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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구의 65회 전국체육대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해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수가 2만에 육박하고 개막행사에 참여한 인원과 준비가 모두초대규모라서 우리 국력신장의 반영이라는 의미에서 경하하는 사람이많다.
특히 대회가 올림픽경기 전종목을 국제경기방식에 따라 진행하려고 한 점에서 올림픽스타일 체전의 의미가 크게 부각되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치러야할 입장에 있는 우리로선 이대회가 그 예행연습장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큰 기대도 모았다.
그 기대에 부응해서 대회의 개막행사는 어느 신문보도의 표현처럼「화려하고멋지게」치러졌다.
주무부처의 평가로는 『LA의 개막행사를 능가하는 것』 이었다.
어떤 가치기준에서 그같은 평가가 나올수 있었는가는 알수 없지만 대단한 자신의 표현이란것을 알수가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자신」 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LA올림픽 개막행사를 능가하는 우리의 전국체전의 화려함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것인지 일면 두렵지 않을수 없다.
12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주최의「88올림픽과 국민의식선진화」 를 주제로 한 세미나의 기조강연을 한 모 장관은 『LA올림픽의 개막행사를 보고 속으로 코웃음이 나왔다』 고 공언하기도 했다.
『저 정도면 우리는 훨씬 훌륭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겠다』 는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세계가 놀랄 수 있는 가장 멋진 올림픽』 을 서울에서 열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선 장관의 코웃음이나 장담이 그저 고마운 것만은 아니다.
화려한 카드섹션과 웅장하고 다채로운 매스게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올림픽이 과연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화려하기로 말하면 부자나라들이 얼마든지 더 갈 치장할 수 있을 것이고 매스게임과 카드섹션으로 말하면 더 기계적으로 잘하는 나라들이 많다.
부자도 아닌 터수에 빚을 내서 잔치상을 푸짐하게 차려 놓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서 기계적 역동감을 과시하는 흉내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관이 코웃음친 LA올림픽은 자유와 활력을 추구하는 미국의 정신이 충분히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우리로서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의 소박하고 끈질긴 정신을 표현하며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기상도 보여주는 건실하고 알찬 내용이 담기는 규모와 내용이면 족할 것이다.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을 결정했을때 세계가 우리에게 바란 것은 호사스런 올림픽을 열라는것은 아니었을것도 같다. 선진국, 부자나라가 아닌 제3세계 국가로서도 올림픽을 알차게 개최할수 있다는 시범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의 올림픽은 호화로운 것은 아니지만 멋지고 내실 있는 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
그장관의 말대로 『외국인의 평가에약한 우리』 로서는 외국인의 허황한 과대평가대신 우리 자신의 자제와 내실에 더 신경을 써야할것 같다.
가령 미래학자「허먼·칸」이 우리를「슈퍼 파워」 는 안되겠지만「슈퍼 스테이트」는 될것이라고 한말에 지나치게 연연한다든가, 지난번 내한했던 루마니아의 「시페르쿠」IOC위원이 우리를 「개발도상국가」가 아닌 「개발선진국」 이라고 칭찬한것을 그저 과신해서도 안되겠다.
중요한것은 우리가 우리의 주체정신을 가지고 우리자신에 충실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조직운영의 미숙으로 엉터리 마라톤코스를 돌게한다든가, 비싼 외국의 경기진행용구들은 사놓고도 쓸줄을 몰라 놀리고마는 어설픈 진행차질을 없애는 일이 더 시급해졌다.
서울올림픽을 남에게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너무 신경을 쓰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올림픽을 통해 얼마만큼 성숙하며,「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가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지금 성급히 LA 올림픽을 코웃음치기 보다는 서울올림픽을 다 치르고 나서 우리가 코웃음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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