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무대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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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월은 흔히「노벨상의 계절」이라고 한다. 올해는 이미 문학상이 결정되었지만 남은 부문의 상을 놓고 하마평이 분분하다.
특히 세계의 초일류학자들은 이때 다소 심리적 불안정상태에 있게 된다. 자기에게 상이 주어질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인가 하는 기대때문이다.
노벨상의 상금은 20만달러(1억6천만원). 그 상금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지만 그보다 노벨상의 명예는 더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봐도 노벨상의 상금이 제일 많은건 아니다. 일본에서만도 그보다 상금이 많은 국제상이 한 두개 기획되고 있다.
이에대해 노벨재단 전무「라멜」박사가 일갈한 것은 인상적이다.
『노벨상보다 상금액이 많은 상을 만들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불문율이다.』
최근호 일본 『문예춘추』의 보도인만큼 그냥 뜬소문은 아닌것 같다.
노벨상의 권위는 그처럼 엄숙한 긍지로 차있다.
매년 발행되는『레 프리 노벨 (노벨상)』이란 책도 노벨상의 권위처럼 매해 두터워지고 있다.
노벨재단발행의 이 책은 일종의「세계최고위인사인명록」구실을 한다. 거기에 실린 사람은 이제 5백50명을 넘었다. 인류사에 빛을던진 인물들이 그책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실릴만한 인물로 실리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문학부문에만도 「카프카」「프루스트」가 그렇다. 「멘델레에프」처럼 상을 타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린 경우도 있다. 발명왕「에디슨」도 그 상은 받지 못했다.
캐롤린스카연구소 의학상 심사실에는 지금도 괴상한 트로피 하나가 보관돼 있다.
그 트로피에는 『노벨평화상 자연과학 빌리 터리』라고 조각돼 있다. 미국의 「터리」라는 무명인이 소포로 보낸 것인데 자기에게 반송해 달라고 한 것이다.
자기가 만든 트로피를 가지고 이웃 사람에게 자랑하려던 어리석은 책략은 물론 실패했다.
노벨상은 타당한 인물에게 합당한 이유로 주어지는 것이 통례이지만 의외의 경우도 없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원리가아니라 「광전효과의 법칙발견」으로 수상했고「파블로프」는 「조건반사」가 아니라 「소화생리에 관한 업적」으로 수상했다.
하지만 노벨상의 권위는 그 심사과정으로 신뢰를 쌓고 있다. 다단계심사 메커니즘이다.
그렇지만 노벨상의 문제는 아직도「언어·문화·역사·인종의 벽」을 잘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그 상이 돌아오는 것도 바로 그 벽이 헐릴 때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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