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모아 전기에너지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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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01면

엄청난 전기 소비와 이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무선충전하는 방식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소 류정호 박사팀은 전류 주위의 자기장을 수확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재료와 소자를 개발했다. 태양광·바람·빗방울을 이용한 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따라 상황이 제한적이다. 흐린 날이나 밤에는 태양전지를 사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한 일상 주변에는 늘 자기장 노이즈가 있다.

눈길 끄는 무선충전 신기술

 특히 송전선이나 지하철, 고속철도, 공장의 기계에는 고전류가 항상 흐른다. 기존에 이런 자기장 노이즈를 모아 전기로 만들려는 연구는 있었지만 코일을 감아 전기를 발전하는 방식이라 부피가 크고 효율이 떨어졌다. 류 박사팀은 자기장이 발생했을 때 변형되면서 전기가 발생하는 소자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수십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미세한 자기장으로 점등했다.

 류정호 박사는 “생산해 낸 전기량을 이용해 휴대전화의 무선충전 실험을 했는데 오랜 시간 사용할 만큼 전기를 충전하기엔 발생하는 전력량이 턱없이 적었다”며 “하지만 작은 크기의 소자로 전력을 많이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 소자를 휴대전화에 내장해 전선 옆에만 놓아도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매체로는 배터리가 아닌 수퍼커패시터(이하 수퍼캡)가 꼽힌다.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 매체다. 그렇지만 배터리와는 차이가 있다. 배터리는 소재 내부에 리튬이온과 전자를 저장하지만 수퍼캡은 소재 표면에만 전기(이온)를 저장하는 형태다. 김용선 교수는 “수퍼캡은 표면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빠르게 빼 쓰거나 저장하는 게 장점”이라며 “표면적이 큰 나노나 다공성 소재 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캡은 전기적 화학반응이 없고 충전방전 시 흡열반응을 하지 않아 화학반응을 하는 2차전지와는 다르다. 일반 전지 대비 5배 이상 높은 출력으로 수명이 길고 저온환경에서도 높은 출력 밀도를 갖는 것이 특성이다. 문제는 2차전지보다 용량이 적어 고에너지 밀도가 요구되는 분야에는 단독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보조 전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배터리처럼 소재 내부까지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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