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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엔 사드보다 이지스함이 효율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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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14면

사진 김춘식 기자

-북한이 SLBM 사출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예상됐지만 심각한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소련제 잠수함과 미사일을 기반으로 SLBM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초기 단계의 테스트이기 때문에 완성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향후 SLBM을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는 잠수함을 최소 3척 이상 보유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척은 해상으로 나가고, 다른 한 척은 귀항하고, 또 다른 한 척은 잠수함 기지에서 정비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대잠작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SLBM 대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진단] 테런스 로리그 美 해군대학 교수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원하는 ‘사드’는 요격고도가 40~150㎞에 이른다. 탐지거리가 최대 2000㎞에 달하는 레이더 때문에 중국이 반대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의 SLBM 사출시험 이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사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과연 사드가 막을 수 있는 미사일이 몇 개나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소수의 미사일 방어는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 소수의 미사일만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수십, 수백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쏠 것이 확실하다. (1개 포대의 비용이 약 2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드는 비효율적인 무기체계다.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한국으로서는 사드보다는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이지스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고 하는데.
“실제 그가 숙청됐다고 확신할 순 없다. 북한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가 숙청됐다면 이전의 유사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권력 강화를 위한 작업으로 봐야 한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의 입장에선 숙청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현영철 숙청, 권력 다툼 아닌 집권 강화 차원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얘기인가.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는 데 동감한다. 이번 숙청도 파워게임 측면의 갈등 속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김정은은 여전히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 숙청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평가는.
“상당수의 전문가는 북한이 아마도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북한이 테스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가 없을 뿐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적어도 핵탄두 소형화에 아주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년 내에 개발이 완료될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또 다른 위협이다. 개인 의견으로는 아직 성공하진 못한 것 같다. 북한이 평양에서 거행된 군사 퍼레이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공개하긴 했지만 그 성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사시에 북한은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설익은 ICBM을 공개한 것에는 북한의 노림수가 있다. 위협 증대를 통해 향후 협상 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어떤 점이 다른가.
“북한은 이미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섰다. 이란은 아직 핵 개발 전이고 북한은 이미 개발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두 나라가 처한 환경도 다르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그 파급력은 북한보다 훨씬 크다. 중동 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이스라엘 문제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또 다른 차이는 이란의 리더십은 선거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제재 등 압박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과는 다른 체제다. ‘이란과 북한 중 누가 더 핵 위협이 심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란이라고 답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조금 넘게 남았다.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현상 유지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간 긴밀한 협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 일본은 미국의 재균형정책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이를 두고 한국인들은 ‘미국이 일본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강화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국에선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 전문가가 적지 않은데.
“일본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일부를 맡고 있다. 일본도 중요하지만 한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강화시킬지 고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반도 외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한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역사와 안보 문제 분리 대응해야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평가는.
“역사와 전략적 이익을 분리해야 한다. 역사 문제 인식 등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안보 전략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3각 동맹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무엇을 중시해야 할지를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한국은 향후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나.
“일단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논쟁이 있다.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과 결국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다. 가장 큰 갈등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매개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럴 경우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협력관계에 있지만 10~15년 후에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갈등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테런스 로리그 미 해군대학 교수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문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핵 문제 등 안보전략이다. 『한국의 부상』 등 한반도와 관련된 저서를 여러 권 펴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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