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중국 정부 12년치 통계 무더기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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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통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가통계국이 1993~2004년의 12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9일 수정 발표했다.

당초 발표치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졌다. 중국이 국제적 기준에 맞춰 통계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번 조치로 주먹구구식 통계의 실체를 재확인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뀐 내용=국가통계국은 1993~2004년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평균 0.5%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1979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종전보다 0.2%포인트 오른 9.6%로 집계됐다. 2004년 경제성장률은 9.5%에서 10.1%로 높아졌다.

2004년 GDP 규모는 13조6900억 위안(약 1779조원)에서 15조9900위안으로 증가했다. 2004년의 중국 GDP는 종전 7위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가 추정한 지난해 성장률(9.8%)과 위안화 강세 추세까지 반영하면 지난해 GDP는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GDP 통계가 바뀌면서 중국의 각종 경제통계 자료가 연쇄적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의 이장규 소장은 "이번 GDP 통계 수정으로 중국경제의 대외의존도, 물가, 저축률 등 각종 통계가 조만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왜 바꿨나=이번 수정은 부정확했던 과거의 통계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전국 경제 총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줬다. 지난달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3차 산업 부문에 3332만 개의 민간 기업(자영업자)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부문에 해당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이들의 수와 매출액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 기능을 인정하지 않았던 관행 탓도 영향을 끼쳤다.

리더수이(李德水) 국가통계국장은 최근 "2004년의 GDP 증가액(2조3000억 위안) 중 93%가 서비스 산업 등 3차 산업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수정으로 2004년에 3차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9%에서 40.7%로 높아졌다.

◆통계 불신 여전=중국 통계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중국이 90년대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발표하자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성장률을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반대로 2004년 중국 경제가 과열 징후를 보였을 때는 "중국이 성장률을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계를 작성할 때 정부의 의도가 개입되기도 하고,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객관성과 과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신의 대상이 됐다.

국가통계국은 통계 작성 때 자체 샘플 조사도 하지만 워낙 조사 대상이 방대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보내준 수치에 의존해 전국 통계를 잡는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실적을 부풀리거나, 상부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불리한 데이터를 축소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통계가 양산되고 있다. 2003년에는 지방정부가 발표한 지역 GDP를 합친 수치가 중앙정부의 GDP 총액보다 많기도 했다.

통계 산출 방법을 정부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투명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7월 인민은행은 환율제도를 바꿔 복수통화 바스켓제를 도입했지만 어떤 통화가 바스켓에 포함됐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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