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미경기 내년말까지는 상승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세계경제가 오랜만에 밝아졌다. 물론 유럽의 높은 실업률이나 중남미 여러나라의 누적된 채무문제·무역마찰 등 지난 10년동안의 후유증이 어느정도 남아있긴하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대부분의 나라가 상승궤도로 가고 있으며 서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있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국면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오늘날 세계경제의 확대를 받쳐주고 있는것은 미국경제의 탄탄한 성장이다. 올해 미국의 실질성장률은 당초예상 4∼5%보다 높은 7.5%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음의 3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다.
첫째는 수년에 걸쳐서 통화공급량을 억제했기 때문에 인플레가 거의 완전히 진정되었다는 것이다. 물가와 임금상승의 악순환이 끊기고 임금상승률과 생산성상승률의 균형이 회복되었다. 인플레진정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으로 갖추어지고 있다.

<올 7.5% 성장예상>
두번째로 「레이건」행정부의 대규모 소득세감세와 기업감세다. 84회계연도에 소득세감세액은 1천90억달러, 법인세인하와 감가상각폭 확대및 투자감세에 따른 기업감세는 2백1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85년도 예산교서에 의한것임). 대규모 감세는 경기를 불황에서 탈출시켜 회복국면으로 향하게 하는 기동력이 되었다.
세번째로 일렉트로닉스등 첨단기술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의 물결이 치고 있으며 동시에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경제활동이 상승되고 기업수익이 개선되면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혁신의 요인이 일제히 현재화되어 새로운 투자기회가 차례차례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의 설비투자가 수주기준으로 전년수준을 35%나 웃돌고있다든가 새로 주식을 공개하는 기업이 연간 8백50개사를 넘고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지금 미국경제의 특징은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상승력에 바탕을 두고 지속적인 성장쪽으로 옮겨간다는데 있다.
개인소비나 주택건설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국면을 지나 완만한 증가쪽으로 가고있지만 설비투자가 대폭적인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오랜만에 미국경제의 앞날에 자신을 갖고있는 것이다.
재정적자·고금리·경상수지적자등을 미국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이들 요인이 경제확대를 중단시키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증가로 이미 고비를 넘어섰다.
적자폭은 피크때의 연율2천2백억달러에서 1천7백억달러로 감소, 재정적자의 대GNP 비율도 6.1%(83년)에서 4%로 떨어졌다. 대통령선거가 지나면 점진적인 적자삭감계획이 추진될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수 있는 것은 증세로 적자를 줄이자는 민주당측 주장이 아니라 경기상승에 의한 세수증가 및 지출삭감·탈세방지로 적자를 줄이자는 「레이건」행정부의 주장이다.
기업의 기대수익률이 높기때문에 고금리가 별 브레이크가 못되고 있다. 오히려 그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폭주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민간부문의 자율상승 기운이 강하다. 연방준비은행은 지나치게 긴축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늦추지도 않는 신중한 정책운용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의 금리수준은 경기과열화를 방지하고 오히려 호황을 장기화하는데 도움이 되고있다.
대폭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수입의 대폭적인 증가에 따라 세계경제회복에 공헌하는 셈이된다.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기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해서 달러의 신인이 흔들리거나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달러강세기조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미국경제의 상승을 중단시킬만한 요인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물론 실업률이 7%로 내려가고 가동률이 81%를 넘어서는등 경제여력이 적어졌기 때문에 상승속도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현재 실질성장률 7%가 4∼5%선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물가안정과 탄탄한 성장이라는 경제기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것이라고 본다.

<일 긴축정책 계속>
일본경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자역으로 불황에서 탈출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일본이 긴축정책을 계속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동안 미국과 일본의 경제정책 운용은 정반대였다.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증세를 거부하고 대규모 감세를 실시했던 미국에 대해 일본은 재정적자를 이유로 감세를 거부하고 법인세나 물품세인상을 단행했으며 공공투자를 삭감했다. 미국은 달러강세로 어려움을 겪긴했지만 그것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일은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엔화가격이 떨어지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을 유도했다.
이 결과 일본은 자력으로 불황에서 탈출 할 수가 없었으며 완전히 미국의 경제확대에 의지하여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같은 수출증가가 내수에 파급되고 있따. 그러나 지금 그 증가현상이 현저한것은 설비투자 뿐으로 개인소비나 주택공공투자는 아직 뒤지고 있다. 이것은 여전히 긴축정책이라는 브레이크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일본에도 일렉트로닉스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의 물결이 높아지고 있다. 첨단기술산업 그 자체는 전체산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나 거기서 나타난 기술혁신의 성과는 기존소재산업·가공산업에서 금융·유통·서비스·농업등 모든 산업에 급속히 침투된다. 이것은 기업수익의 개선과 함께 오랜만에 설비투자의 증가율을 1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일본경제는 지금 수출증가가 없었다면 내수만으로 경제성장을 지속시킬수 없을 것이다. 현재 20%전후의 수출증가와 10%를 넘는 설비투자 증가가 당분간 계속됨에 따라 소비수요와 주택수요도 조금씩 증가할 것이다.
정부의 당초 전망으로는 84년도의 실질성장률이 4.1%로 예측되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가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어쩌면 실질성장률이 6%전후에 이를것으로 생각된다.
긴축정책이라는 브레이크 장치때문에 미국의 7.5%에 비해 낮은수준이다. 그런데도 성장률이 6%전후에 이른다는 것은 72년이래 12년만의 일인 것이다.
11월의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총재후보로 예상되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누구나 긴축정책으로 부터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나까소네」(중증근강홍)수상도 경제정책연구회를 설치해 경제정책을 적극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긴축정책의 큰골격이 갑작스럽게 바꾸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제는 3년간에 걸쳐서 3%성장이라고 하는 이례적인 저속상태를 경험했으며 잠재적인 투자수요나 소비수요가 억압된 후 인만큼 민간부문의 자율상승력의 점화로 경기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앞으로 2∼3년동안 경기상승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생각된다. 물가는 안정되고 있으며 임금상승률도 완만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교란요인만 생기지 않는다면 일본의 경제성장이 중단될 이유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유가인상 못한다>
금후 세계경제의 향방을 결정 할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일렉트로닉스 및 생명공학·신소재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이 벌써 물결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인플레 진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인플레가 진정되고 있는 한 산유국은 석유가격을 올리려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플레가 진정되었다고 해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케인즈」형정책은 경기회복을 스타트시키기 위한 중요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기상승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끝난다.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가능케하는 최대의 열쇠는 언제나 그렇듯이 기술혁신의 전개에 있다.
기술혁신에 뒤지고있는 유럽여러나라들은 경제성장이 쉽게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여느때처럼 높은 실업률에 고통을 받고있다.
지금 세계에서 성장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등 모두 태평양 주변 국가들이다. 이지역은 새로운 기술혁신의 전개와 그 파급효과가 성장의 큰 힘이 되고있다.
태평양의 무역량은 이미 대서양의 경우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 새로운 기술혁신의 전개와 성장과정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층 뚜렷해질 것이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같은 역사적인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