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진수보인 명승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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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롯데-삼성의 7차전은 근래에 보기드문 명승부전이었다. 두팀3승3패로 타이를 이루어 막판까지 간 과정도 그렇지만 이날 결전은 박진감넘치는 투·타의 대결, 파란의 역전드라머를 연출, 한국프로야구사상 최고의 열기와 흥분을 자아냈다.
당초 최동원-김일융의 투수전으로 예상됐으나 두 에이스는 정상컨디션이 아니었다. 볼스피드가 크게 떨어졌고 컨트롤도 썩 좋지못했다. 최동원은 초반3회까지 4안타를 내주어.불안해보였고 김일융은 어깨에 무리가 있었는지 강속구에 자신을 잃어 주로 느린 변화구로 승부하려 했다.
볼카운트를 어렵게 끌고가던 김일융이 7회들어 크게 흔들리자 롯데타자들은 밀어치기 작전으로 커브볼을 철저히 공략했다.
김일융은 8회 유두열과의 대결에서 1-1이후 낮은 인코너직구를 던진 것이 천추의 한을 남긴 실투가 되고말았다.
삼성으로서는 처음부터 김일융에게 모든 것을 걸어 완투시킬 작정이었다. 그러나 7회 3안타로 2점을 허용하면서도 구원투수를 내세우지않고 계속 김일융만 믿고 밀어붙인 것이 결과적으로 패배를 부른셈이다. 경기는 처음부터 타격전의 양상을 띠었다. 삼성은 비교적 게임이 잘풀려 6회까지 4-1로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7회이후 승운은 롯데쪽으로 넘어갔다.
롯데는 한때는 최동원을 계루시킬 준비를 했다가 게임의 흐름이 바뀌면서 완루시켰고 삼성은 치명적인 역전3점 홈런을 맞고나서야 황규봉을 구원등판 시켰다. 투수의 컨디션과 로테이션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증명해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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