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유실한 재산등록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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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2단계 재산등록을 보시하면서 이번에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미리 세워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을것 같다.
정부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유재산권 비밀보장 원칙을 침해하면서까지 재산등록을 실시한것은 공직자의 청렴과 청렴정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가의 윤리성이 정직성에 바탕한다면 공직자의 윤리성 역시 정직에 그 바탕을 두어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공직자가 정직하고 청렴하면 국민이 신뢰를 하게되고 국가에 귀속감을 가질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83년1월1일부터 실시하게된 공직자재산등록제가 정내혁씨 사건에서처럼 말썽이 된것은 재산비공개 원칙에서 비롯된것으로도 볼수 있다.
「등록」에만 그치고 투명하게「공개」를 하지않을 경우, 국민의 의구심은 완전히 씻기 어려우며 증식상황어 그때 그때 거울처럼 나타나고 증식과정이 낱낱이 밝혀지지 않으면 정부가 애당초 노렸던 목표가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직자 재산등록 공개에는 물론 부정적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재산공개를 할 경우 ▲등록자의 저항감이 생기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재산소유의 격차에서 오는 국민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공개를 할경우 재산신고에 성실도가 희박해지고 ▲유언비어나 모함·투서등의 물의가 나올수도 있다.
또 등록의무자의 직계비속도 대상이 되니만큼 이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우려도 있다.
정부가 당초 이제도를 실시하면서 비공개 원칙을 고수키로 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공직자 개념은 공직을 맡을 때부터 공생활을 우선할것을 전제로하고 있다.
국민은 국정을 맡은 공적인물(public figure)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그마한 언행에 이르기까지 감시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공직자는 이를테면「대중에게 내놓은 사람」이며 이때문에 최근의 외국 판결예에 보듯이 언논의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면책되는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연유된 것이다.
또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게되면 등록 당시의 모든 사유재산이 공개로 인해 법적·사회적 인정을 받을수 있는 이점이 있고 자부심과 권위 또한 확보된다.
이밖에도 부당한 중식견제로 공직자 스스로가 부정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게되고 국민이 공직자의 재산정도를 알아 감시기능도 가능하게 되는등 많은 장점이 있다. 이런점에서 공개는 국민에게는 물론 공직자 스스로에게도 유익한것이다.
재산등록법의 취지가 공직자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전제로 제정된 이상 재산등록은 공직자의 양심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 양심선언을 더욱 확고히 하기위해서 공개는 필수적이다. 또 등록때 신고에만 그칠것이 아니라 자금출처 조사까지 병행하면 등록재산에 관한한 면책까지도 보장하게 되어 결국 이 제도의 유명무실을 유명유실하게 할수 있다.「깨끗한 사회」「깨끗한 정부」를 표방하는 현정부는 곧 있을 선거를 앞두고 공직자의 재산공개를 과감히 단행해「불분명」을 말끔히 씻고 폭넓은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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