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회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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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서울올림픽 조직위(SLOOC) 위원장이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했다. 조직위·체육회·대한올림픽위(KOC)·국민체육진흥재단의 장을 모두 맡은 노위원장의 겸임은 86, 88년의 대제전을 앞두고 보다 강력한 체제를 구축, 능률적인 행정을 펼쳐나간다는데 뜻을 두고있다. 이러한 대임을 맡은 한국체육의 총수 노위원장과 본사 이태영체육부장이 단독으로 만나 체육진홍의 소신과 올림픽준비의설계를 들어보았다.
―86, 88 두차례의 큰 행사를 앞두고 체육계가 더욱 바빠졌읍니다. 이번에 그 바쁜속에 올림픽조직위원장과 대한체육회장을 어떻게 겨임하게 되었는지요?
▲국민이 원하는것은 잔치만 잘해서 되는것이 아니라 지난번 LA대회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88년을 계기로 한국을 세계에 떨쳐보자는 것이 국민의 기대이고 바람입니다. 이러한 두가지 요구에 부응하려면 조직위와 체육회는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하고 운영요원은 체육단체에서 나와야하므로 일체감이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각단체의 기능을 조정하기위해 기구통합이 아니라 사람통합이 먼저 이루어져야하고 그래야만 인력의 낭비를 막을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사불란한 협력과 조정, 이것이 1백%발휘되면 올림픽도 훌륭하게 치를수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단체일을 어떻게 조정, 처리해나갈 계획이십니까?
▲업무처리는 저마다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분담토록 해볼 생각입니다. 체육회장에 취임하면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첫째는 한국 선수들이 청소년때 잘하다가도 성인이 되면 떨어지는 현상을 막도록 스포츠 과학화에 힘쓰며, 둘째 유관기관·단체간의 협조를 더욱강화하며, 세째 체육인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체육인들의 자율적인 활성화를 꾀하고, 네째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꿈나무를 키우는 것입니다.
―최근 대한체육회의 기구개편이 검토되고 있는것으로 알고있읍니다. 과연 체육회가 정책기구나 경기단체연합회와같은 성격을갖게될것인지궁금합니다.
▲이문제는 좀더 연구를 해보아야 겠읍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랜 역사를 갖고있읍니다. 이제까지 독립된 단체로 독자적인 활동을 해왔고 체육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왔읍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살피고 그 개념을 좀더 정립하여 모든 체육인의 요람이 되도록, 또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전국민의 스포츠참여를 유도하는데 체육회의할일이 더많다고 믿습니다.
―최근 기업인들이 경기단체를 맡아서 상당한 투자를 하고 그만큼 성과도 거두었읍니다. 그러나 일부단체에서는 기업인회장과 체육인실무자사이에 조화·협력이 제대로 되지않는 경우가 있지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좀 특수한 상황에 있읍니다. 이상적인 방법은 충분한 기금을 조성, 기업의 도움없이 활발한 사업을 펴 나가는 것이지만 우리 형편은 그렇지 못합니다. 앞으로 을림픽사업으로 기금을 조성, 미국의 경우처럼, 아니 LA보다더많은 흑자를 내고이를 체육기금으로 만들면 문제는 해결될것입니다.
―올림픽준비에만 전심전력하다보면 체육의 기본인 사회체육진흥을 등한히할 우려가 있는데 이에대한 의견은?
▲이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릅니다. 올림픽 붐이 일어나면 사회체육도 함께 잘 됩니다. LA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순수 스포츠인구가 늘어나고 열기가 높아가고있지 않습니까.
―한국체육이 그동안 좀더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국민의 인식이 문제입니다. 예부터 운동은 아랫사람들이 하는것이라는 천대의식, 운동은 보는것으로 즐겁다는 인습적인 관념이 있었는데 이런인식을바꾸어야합니다.
―서울올림픽이 확고부동한것으로 굳어지기까지 여러가지 시련도 있었던것으로 알고있읍니다. 앞으로 공산권 비동맹외교를 어떻게 할것인지요. 또 남북한 단일팀구성이나 일부 예선경기의 남북한 분산개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림픽이상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도 스포츠외교는 중요하고 의의가 큽니다. 을림픽은 동북아시아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추구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서울올림픽의 공산권참가는 아무런 문제가 될수없읍니다. 다만 북한측이 전면거부태도를 고수하고있는데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통하지 못할것입니다. 남북한단일팀구성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판에 북한에서의 예선경기란 실현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지난번 잠실스타디움 개장 기념행사때 운영미숙·활동제약이 있었다해서 다소 불평이 있었읍니다. 또 국제마라톤대회때는 코스이탈사고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읍니다. 이런점들은 개선되어야 하지않겠읍니까?
▲일부에서 보안·경호에대해 비판을 하는 모양인데 과거 뮌헨올림픽서의 참사를 생각해서라도 보안문제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않을수 없읍니다. 이 경비, 또는 경호가 어떤 특정인을 위한것이 아니라 외국서온 귀빈들, 우수선수들, 그리고 모든 참관자를 위한것임을 알아야합니다. 다소의 불편이 있더라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것이라면 이해하고 협조해야하지 않습니까.
마라톤코스사고는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었읍니다. 사실 우리 체육단체의 경기운영능력에 미숙한점이 많은것으로 알고있읍니다. 금년에도 몇백명씩 훈련을 했지만 앞으로 해외에 보내서, 또 국내에서 계속 교육을시킬 작정입니다.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동안 국회의원 출마설이 나돌았는데 어떻게되었는지요. 또 국제스포츠 외교에서 국회의원등 관직이 어떤 도움이되는지요.
▲정치얘기는 하고싶지 않습니다. 정치를 하지않기 위해서 체육단체의 많은 일을 모두맡은게 아닙니까. 올림픽준비와 새로운 체육회일 때문에 다른것은 생각하지도못하고있읍니다.
―끝으로 평소의 생활관이나 스포츠관을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계속 조직생활을 해오면서 늘 익혀오고 강조하는것이 바로「조화」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포츠에도 통하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신념으로 모든일을 처리하고 있읍니다. 아무리 우수한 두뇌를 가졌다해도 중지·중의를 모아 조화를 이루지못한다면 빛을 볼수없는 법입니다.
어떤 개인의 편견·독단이야말로 위험스러운 것입니다.

<대 담="이태영"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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