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만행 1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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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를 놀라게하고 인류를 분노케했던 북괴의 아웅산만행 도발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그때의 경악과 분노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남아 통분을 금할수 없게 한다.
그것은 외국에까지 쫓아가 동족을 상대로 살인테러를 벌인 반민족적·비인륜적인 야만행위일뿐 아니라, 이미 객관적인 입장에서 명백한 증거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난 이사건의 책임을 아직도 북괴가 우리측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부국은 외상이라는 공식책임자를 내세워 이를 우리정부와 버마당국이 공모해 만든 합작극이라고 떠들어대는가 하면, 버마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 마저도 같은 논리로 생떼를 써서 세계의 웃음거리가 돼있다.
오늘날 세계는 평화와 복지를 향해 하루가 바쁘게 발전하고 역사는 전진을 거듭하고 있는데 북한은 언제까지 그같은 원시적인 야만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더구나 지금의 주변 정세나 내외사정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킬수 있는 유리한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공은 혁명의 계속과 자본주의와의 대결을 포기하고 자유세계와의 협력을 통해 근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입장이다.
한편 소련도 과거와 같은 중소대결을 회피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안정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
북한 자신도 더 이상 경제적 부진을 방관할수만은 없게돼 있지 않은가.
따라서 북한이 진실로 평화를 원하고 번영을 바란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와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시켜 나가면서, 국제적인 협력을 모색해 나가야할 때다.
한편 우리가 이날을 맞아 잊어서는 안될 일은 아웅산에서 순국한 고인들의 높은 애국적 견지를 기리고 받드는 일이다.
이범석 전외무는 평소 북방대육공산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를 우리외교의 다음 목표임을 강조해왔다.
순직한 경제관료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통해 남북관계, 국제관계를 튼튼히 하려고 평생을 노력해왔다.
이들의 유지에 따라 외교와 경제를 강화하는 일은 바로 국가간 경쟁이 격심한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가 살아남아 번영과 복지를 누릴수 있는 길이기도하다.
우리가 북괴의 잇단 도발과 만행을 한없이 미워하고 규탄하면서도 남북대화와 협력을 추구치 않을수 없는것은 그런 점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통한에 얽매여 민족의 전진을 중단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괴가 가면을 빗고 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입증하는 일이 선항돼야 한다.
그것은 만행에 대한 시인·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처벌, 그리고 다시는 그같은 행위를 재범치 않겠다는 공약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난 1년간 깊은 통한과 싸워가며 가장없는 집을 지켜 꿋꿋이 살아온 유가족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내면서 거듭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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