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엔 인물이 유시민밖에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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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당.정.청 관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자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 ▶당 중심의 정치 확립 ▶내각 구성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사전 협의도 요구했다. '차세대 육성론'과 관련, 토론회에선 당장 "열린우리당에는 인물이 유시민밖에 없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고 한다. 또 "개각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시점에서 청와대가 차세대 양성론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장 큰 가난은 '인물 가난'"이라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측이나 "유력주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측 모두 청와대 설명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문병호·최재천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관계 개선을 위한 모임을 열고 토론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하지만 다음달 전당대회 당권 도전에 나설 재선그룹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전대 출마를 위해 비상집행위원직을 사퇴한 김영춘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겠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이냐. 걱정해 주는 것은 좋지만 대통령이 개입해 (지도자를) 만들고 안 만들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역시 전대 출마를 선언한 조배숙 의원은 "차세대 지도자는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유시민의 사과편지=유시민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넘치는 의욕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젊은 정치인에게 있을 수 있는 오류로 너그럽게 이해하고 관용을 주십사 감히 청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때로는 조급한 마음에 바늘 허리에 실을 매는 것과 같은 잘못도 저질렀고 때로는 저의 뜻을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표출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 "선거 국면에선 청와대보다는 당이 먼저"=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위한 토론회를 마친 뒤 이종걸.김영춘.최용규.문병호.최재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의 입각, 특히 당의장의 입각은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 있으나 당과 사전에 내각 구성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의장과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최근 당.정.청 관계에서 나타난 일련의 불협화음과 불일치에 대한 책임 있는 관계자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천 의원은 "일단 당.정.청 사이에서 정무나 정책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인사제청권자인 이해찬 총리를 겨냥했다.

당초 개각 반대 서명파는 18명이었으나 이날 토론회 참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토론 결과에 동의한 의원까지 합치면 34명에 달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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