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서 기업하기 예전같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무엇보다 값싼 임대료와 인건비의 이점이 급속히 줄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내에서는 외국 기업을 '상전 모시듯 하던'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실속 챙기기'에 바쁜 실정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 토종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값싼 물건을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어 이익 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4만여 개 한국 기업들도 흑자는 고사하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값싼 공장 임대료는 옛말=중국 언론들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가 토지와 주택에 대한 정부의 강제수용권을 법원으로 대폭 이양하는 법률안 심의에 나섰다"고 최근 보도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한 농민들의 목숨을 건 시위가 증가하면서 토지 수용에 따른 절차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연내에 이 법이 시행되면 지방 정부들은 공장을 지을 토지를 과거처럼 원활하게 공급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上海).장쑤(江蘇).저장(浙江).광둥(廣東)등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동부 연안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뛰어 공장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낙후된 서부 대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땅값이 싼 중.서부 내륙에 투자를 늘려달라"고 외국 기업들에 주문하지만 기업들로선 생산기지 이전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건비 크게 늘듯=사회주의 간판을 내건 중국이지만 그동안 노동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위축됐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노동자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2004년에만 중국에서 24만건의 노동쟁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노동쟁의는 처음 허용된 1995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인대는 노동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최근 노동계약법 입법을 추진중이다. 이 법의 초안에 따르면 기업은 의무적으로 노동자와 노동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계약체결 사실이 없더라도 무기한 노동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해고를 할 때는 노조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고 해고를 할 수 없는 사유도 명시하게 된다. 노동자가 회사를 떠날 때는 기간에 따라 퇴직보상금(일종의 퇴직금)을 지급해야하는 의무도 생길 전망이다. 노동 원가가 그만큼 올라가는 셈이다.

◆버거워진 시장 경쟁=전력공급 능력을 초과할 만큼 공장을 무계획적으로 짓는 바람에 전력이 부족해 주 2~3일씩이나 공장을 놀려야하는 기업도 많다. 애써 물건을 만들어도 시장 확보가 과거만큼 여의치 않다.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위협적인 경쟁자로 성장해 외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철강.자동차.가전 등은 최근 2년간 과열투자에 따른 과잉생산의 여파로 가격이 뚝 떨어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기업소득세(법인세) 세율을 내국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통일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면세 혜택이 없어지고,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