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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15만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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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사람처럼 제집 갖기를 소망하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서민의 대다수가 평생을 두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반듯한 자기 집 하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닐 정도다.
정부는 내년에 주택기금 6천억원을 지원,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 15만호를 짓기로 했다.
정부는 물론 민간업체도 해마다 많은 집을 짓고 있지만 우리 나라의 주택난은 나아지기는 커녕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지난 60년만 해도 17·5%이던 주택 부족률은 82년 26·9%로 높아지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 부족률이 높아지는 주된 이유는 인구증가에 있지만 이밖에 택지 및 주택 값의 상승, 핵가족화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 부족률을 더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매년 31만1천호씩은 더 주택을 지어야 한다지만 현재의 주택 건설로는 어림없는 실정이다.
해마다 심화되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등 집합주택을 보다 많이 건설해야 함은 물론 한집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기존 「동거주택」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 주택 공급률에만 치중하는 지금과 같은 주택정책도 시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주택 보급률을 높이려 들지만 말고 과학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토대로 보다 장기적인 주택공급계획이 세워져야한다.
모든 건물이 다 그렇지만 중산층을 상대로 한 국민주택 역시 설계의 다양화가 요구된다.
지금도 여러 가지 표준 설계도가 있긴 하지만 가족 수나 소득 수준에 적합한 좀더 다양한 규모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택수요를 폭넓게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국민주택 단지다 하면 획일적 규모의 주택만 들어서는 폐단이 있어왔는데 이것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1거실 주택의 수요가 고개를 들고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1거실 주택은 방과 거실을 통합한 개념으로 독신 내지는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주택으로서 건설비가 적게들고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자재의 표준화도 서둘러야할 과제다. 좋은 자재를 대량으로 생산 공급하게되면 주택건설비도 그만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적인 주택개념은 단순한 생활방편의 단계를 지나 인간의 내면 세계까지 영향을 주는 휴식처 혹은 안식처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환경은 정서·생리·감정적인 여러 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국민주택도 앞으로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러한 여러 조건을 갖추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한다.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감안하여 입지를 선정하고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디자인과 색깔의 선택에도 생활공학과 심리반응을 배려하여야 하겠다. 생활공간은 사람의 인격 형성에도 관계가 있으므로 시각·지각적으로 안정되고 쾌적한 공간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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