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1시간전에 다녀가" 대구 간첩사건 중상입은 미용실 탁양 필담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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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이용우·도성진 기자】대구 무장간첩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26일 밤 경북의대 부속병원에 입원치료중인 백합미용실주인 탁순애양(24)으로부터 범인이 사건발생 1시간45분전인 낮 12시10분쯤 미용실에 나타났다가 돌아갔으며 하오1시55분쯤 두번째 나타나 범행했다는 진술을 방아 탁양을 비롯, 죽은 전갑숙씨(29·희민식당주인)와 강명자양(18·종업원)등3명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해 집중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건발생 2일전인 22일 하오4시쯤 희민식당 인근에 있는 대한가스 주인 김모씨(31)가 식당에 가스를 배달하러 갔을 때 범인과 비슷한 인상의 2O대 청년과 50대 남자가 전·강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진술에 따라 범인이 며칠전부터 피해자들과 접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희민식당에 들어갔을 때 식당가운데 테이블에 전씨와 강양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이야기도중 20대 청년이『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하다가 김씨와 눈길이 마주치자 이들은 외면한 채 앉아있었고 강양은 굳은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병실에서 전달된 필담 응용해 범인이 낮12시10분쯤 미용실에 나타나 장발을 만지며『퍼머를 하면 오래가느냐』고 물어『잘못되면 다시 고쳐주겠다』고 대답한 뒤 의자를 권했으며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낮12시20분쯤 탁양의 고향친구인 김홍자양(23·경북영천군금호읍려교대동)이 찾아오자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선 뒤『집이 가까운 곳이니 생각해보고 다시 오겠다』며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급히 나갔다는 진술을 받았다.
탁양은 당시 범인은 서울 말씨를 썼으며 범인이 나간 뒤 친구 김양과 부근 신암분식센터에서 가락국수와 비빔밥 등 두그릇을 시켜먹고 김양과 헤어져 혼자 있는데 두번째 나타난 범인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권총을 뽑아들기에「강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권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양은 탁양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범인이 들어와 얘기를 나눴으며 약10분 동안 2개비의 담배를 피운 뒤 나갔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범인은 배합미용실을 나온 뒤 약2백m 떨어진 은성미용실(주인정춘자·41)에 들러『남자퍼머를 하느냐』『가격은 얼마냐』고 물은 뒤『다른 곳에 가서 값을 비교해보고 오겠다』며 나갔다.
은성미용실은 사건이난 백합미용실과 희민식당 중간에 있다.
경찰은 26일하오 현장 및 사체률 정밀검증 한 결과 ▲강양의 눈과 눈썹 머리 등 세군데에 둔기로 맞은 듯한 열창과 타박상이 있으며▲식당바닥에서 깨진 재떨이를 발견, 당초 강양의 얼굴 등을 재떨이로 내리쳐 죽이려다 소음권총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으며 전씨는 살해현장을 본 목격자로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 3명에 대해 집중수사를 펴는 것은 ▲죽은 전씨와 강양이 백합미용실을 자주 드나들어 탁양이 평소 전씨를「언니」라고 부르는 등 가깝게 지내왔고▲미용실에서 자살한 범인의 몸에서 강양의 수첩이 발견됐고▲당초부티 피해자들을 살상목표로 삼은 흔적이 나타나고 있고▲탁양의 진술이 세 차례나 엇갈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탁양의 건강이 회복되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와 함께 죽은전씨의 남편 김진한씨 (32·지난7월 사망)가 생존당시 가끔 집을 비웠다는 제보에 따라 김씨의 행적도 쫓고 있다.
김씨의 친구 전모씨(31·장의사직원)는『그가 살아 있을 때 낚시를 간다며 한달에3∼7일씩 어디엔가를 다녀왔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김씨는 78년8월 대전시원동에서 주민등록을 대구로 옮긴 것 등 지난7월4일 죽을 때까지 네번이나 주소를 바꿨음이 밝혀졌다.
한편 경찰은 26일 간첩이지니고 있던 자폭용 혁대버클의 폭발물을 분석한 결과 뇌관이 북괴만이 사용하는 MUV 인력식 퓨즈인 것으로 밝혀냈다.
MUV 인력식 퓨즈는 길이5·6cm, 직경1·3cm의 원통형으로 0·9kg의 힘을 가하면 폭약을 자극, 폭발하도록 돼있다.
버클폭발물은 가로3·5m, 세로3cm의 양철케이스 안에 TNT20g의 폭약이 들어있어 허리에 착용한 상태에서 폭발될 경우 복부가 완전히 파열되면서 심한 출혈로 목숨을 잃게된다는 것.
폭발물은 버클내부 뚜껑을 열고 0·9kg무게의 안전핀을 잡아당기면 뇌관을 쳐 폭발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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