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샛강 매립"찬반 격론|수해이후 신중론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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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2만평이나 되는 여의도샛강의 매립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학계·여의도주민의 입장이 엇갈려 의견이 분분하다.
매립쪽으로 기울었던 샛강문제가 다시 표면화된 것은 이번 수해 때 상당량의 물이 샛강으로 흘러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는 학계의 지적에 따른 것.
이에따라 염보현 서울시장도 지난17일 샛강매립을 재검토하겠다고 직접 밝히는 등 학계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실체로 샛강매립계획을 백지화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샛강매립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샛강을 매립, 땅의 일부만을 팔아도 3천억∼4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남기 때문.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이나 전문가들은『샛강을 섣불리 매립하는 것보다는 하천을 준설하고 고수부지를 조성,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입장
서울시의 샛강매립계획은 현재 진행중인 한강종합 개발과 관련, 폭 2백50m, 길이 4km의 하천부지 32만평을 매립해 이중 13만5천평은 확장 공사중인 강남로의 부지등으로 사용하고 9만평은 녹지 및 일반도로부지, 나머지 9만5천평은 일반상업 업무지구로 일반에 공매한다는 것.
서울시는 샛강매립 명분으로 폐수와 잡초로 뒤덮인 채 쓸모 없이 방치하는 것보다는 이를 개발, 생활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는 입장. 그러나 이러한 대외명분의 이면에는 땀의 일부를 팔아 한강개발, 지하철공사 등으로 진빛(약2조원)을 갚아 보자는 데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도중심지구의 땅값이 평당5백만원을 홋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9만5천평을 평당3백만원씩에만 팔아도 3천억원 가까운 엄청난 돈이 남는다.
또 샛강을 보존하기 위해 강바닥을 팔 경우 1백40억원이 먹히는데 비해 매립비용은 77억원 밖에 들지 않아 매립하는 쪽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샛강매립이 한강의 흐름에 큰 지장을 준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지난해 국립건설시험소의 한강수리모형실험결과 제방 등 수방시설이 잘돼있어 2백년 강우빈도에도 한강의 범람이나 여의도의 침식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샛강 매립 안은 82년9월 김성배 서울시장 때 처음 얘기가 나왔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그해10월말 김시장이 이를 보류한다고 직접 밝혔으며 그뒤 다시 이를 번복, 샛강을 매립하는 쪽으로 서울시의 의견이 모아진 것. 샛강매립 아이디어는 모기업 회장이 김전시장에게 제시, 자기에게 말기면 돈 한푼 안 받고 매립해 주겠다고 했다는 후문.
학계의 주장
샛강을 매립했을 경우 생기는 문제점은▲편류로 인한 하상의 불안정▲한강수위상승에 따른 제방의 범람위험▲한강의 미관을 해치는 것 등 3가지로 집약된다.
이원환교수(연세대토목공학과)는 수리모형실험결과 샛강을 매립하면 한강수위가 최고12cm 올라간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올림픽대교, 수중보건설, 밤섬을 없애려다 서강대교때문에 존치시키는 것 등으로 30cm정도 수위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2백년 강우빈도로 계산, 팔당에서 초당3만7천t의 물을 방류했을 때 한강인도교제방과 수위와의 여유가 73cm밖에 안 된다는 지척.
이교수는 수위와 제방간의 여유고가 최소한 1·5m이상이 돼야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교수는 치수에 있어서는 하상의 안정이 중요한데 샛강을 매립할 경우 최대 수심부를 종단으로 연결한 유심선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편류가 생겨 하상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따라 완만하게 흐르던 한강 물이 여의도동쪽 샛강입구에 있는 대한생명빌딩 앞부분을 부딪치면서 맞은편의 당인리발전소쪽을 친뒤 다시당산철교와 제2한강교 사이의 제방을 강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경우 당인리쪽은 튼튼해 별 위험이 없으나 대한생명빌딩과 당산동지역은 유역이 크게 위험하다는 것.
이교수는 또『여의도 둘레둑(윤중제)을 쌓을때도 한강홍수때 수량의 90%를 마포쪽 본류로, 10%를 영등포샛강으로 흘려보내도록 설계했는데 20년도 안돼 이를 백지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주민의 입장
주민들은 샛강매립이 가뜩이나 복잡한 여의도의 주거환경을 해치게된다며 매립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여의도가 영등포와 이어지게 되면 수중도시로서의 여의도의 이미지가 없어진다는 것.
여의도미주아파트 대표위원회회장 유성종씨(58·사업미주아파트 A동1001호)는『샛강을 매립할 경우 어떤 피해를 볼지 알 수 없다』며『여의도는 뉴욕의 맨해턴과 같이 수중도시로서의 특성을 살려야하는데 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진주아파트 자치회장이광윤씨도『섬을 없에는 것보다는 다리를 더 만들어 영등포와 연결하고 하천을 준설, 고수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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