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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자동차·발열벤치·방열시트 … 전북 탄소산업, 제품 상용화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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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앤코리아 최정환 사장(오른쪽)과 직원들이 탄소섬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탄소섬유로 만든 자동차로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철보다 10배 이상 강한 탄소섬유로 만든 자동차가 전북 전주시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이앤코리아가 렌터카용으로 보닛(후드)·지붕(루프)과 트렁크 덮개 등을 탄소섬유 복합재로 만든 차량을 선보인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 동호인들이 차량의 특정 부품을 탄소섬유 제품으로 튜닝한 경우는 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탄소섬유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튼튼하지만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 자동차는 연비 향상이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커 미래형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아왔다.

 탄소섬유 자동차는 기름 1L로 15.3㎞를 달릴 수 있다. 기존 차량(14.8㎞)보다 3% 정도 효율이 높아졌다. 이는 보닛의 무게가 14.8㎏에서 4.4㎏으로 가벼워지고 루프와 트렁크도 경량화된 덕분이다. 연비가 향상된 만큼 연료비 절감이나 배출가스 감소 효과도 덩달아 나타난다. 이앤코리아는 이들 탄소섬유 차량 10대를 투입해 렌터카 사업을 펼친다. 최정환 이앤코리아 사장은 “강철보다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친환경 차량을 운행하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탄소 관련 응용제품이 잇따라 개발돼 “첨단 신산업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탄소산업의 메카’ 조성을 목표로 2003년부터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뚜렷한 응용 제품이 나오지 않아 일부에선 ‘속빈 강정’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설립된 신생기업 ‘피치케이블’은 탄소섬유를 활용한 발열 벤치를 상품화했다. 추운 날씨에 전기 코드를 꽂고 1분가량 지나면 의자의 온도가 20~30도로 올라간다. 지자체 10여 곳이 버스 정류장에 발열 벤치를 설치했으며 기차역· 대합실이나 축구장·야구장에도 설치를 협의 중이다. 이 회사는 탄소섬유를 열선으로 사용해 몸에 좋은 원적외선을 내뿜는 보온방석 개발도 완료했다.

 사회적기업 ‘가이아’는 올 초부터 탄소 아이스팩을 생산한다. 기존 재료인 비닐에 탄소를 섞어 강도가 3배 이상 뛰어나다. 아이스팩끼리 부딪힐 때 쉽게 파손되는 단점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품은 500억원대에 이르는 닭·생선 등 신선제품 포장재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앤코리아는 3차원 탄소 구조로 만들어 수분 함량이 30~40% 향상된 마스크팩을 만들어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또 핸드폰의 열을 방출할 수 있는 탄소 방열시트도 개발 중이다.

 전북도는 2025년까지 200여 개의 탄소 관련 기업을 설립해 10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50여 개 기업이 전주·완주에 입주해 있다. 이성수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탄소는 지금까지 산업화의 기본 바탕이 되는 소재 개발에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는 이를 활용한 응용제품 개발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창업 인프라 구축과 제품 인증 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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