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할 대학 인재상·평가지표서 강조하는 역량 파악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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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리더십·잠재력·전공소양·공동체의식·가치관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고교생 대상 모의 면접 모습. [사진 서울시립대]

‘인성평가’에 올해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의 인성평가 강화 방침에 따라 각 대학은 더욱 철저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인성을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입시에서의 인성을 단순히 ‘착한 성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학은 리더십, 잠재력, 전공에 대한 태도와 소양, 적극성, 공동체 의식, 가치관 등 지표를 적용해 인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입학담당자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이들 대학에는 대부분 우수한 성적의 지원자가 몰린다. 대학 입장에선 비슷한 학업능력을 지닌 지원자 중 누가 더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입시 속 인성은 넓은 의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최근 배포한 ‘2016학년도 학생부종합 전형 안내’에서 ’인성은 사람의 성품 외에 개인이 지닌 사고와 태도, 행동 특성의 의미를 더한다’고 명시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인성평가를 통해 지원자의 사고와 행동, 태도가 일관적인지 확인한다”면서 “열정·적극성·자기주도성·리더십·책임감·공동체 의식·배려심 등 지표를 가지고 학생의 말과 생각, 행동이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말·생각·행동 일관성 여부 평가

대학별 인성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강조하는 역량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는 대학이 있고,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 진로에 대한 태도에 비중을 두는 경우도 있다. 지원자는 목표 대학의 인재상과 평가 지표를 확인해 강조하는 가치를 파악한다. 이것이 제출 서류 속의 연구, 봉사활동 등에 충분히 드러나는지 확인한다.

면접은 인성이 짧은 시간에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평가 관문이다. 크게 ▶서류 관련 기본 인성질문(A형) ▶윤리도덕적 선택을 요구하는 제시문 질문(B형) ▶진로, 전공에 대한 이해와 관련 분야의 가치관에 관한 질문(C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에서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배려심·책임감·협동심·도덕성 등 기본 인성을 묻는다. 예를 들어 ‘(반장 활동 기록을 보며) 반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은?(2015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이하 2015학년도 기출)’ ‘고교 생활 중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 활동은?(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 등이다. 면접은 서류평가의 연장선에 있다. 서류 속 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험과 활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면접에서 일관성을 갖도록 준비한다.

이민영(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1학년)양은 면접 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펼쳐놓고 학교 생활 중 경험한 모든 갈등, 문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어떻게 반응했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회상했다. 당시 선택에 대해 반성할 점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공동체의 규칙을 이해하고 잘 준수하는지, 타인과 협력해 공동체의 목표를 함께 성취한 경험이 있는지, 의사소통능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면서 "학교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생각을 보이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B유형에선 논리력·사고력·이해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지원자의 시각과 가치관을 확인한다. 공통된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 뒤 평가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에볼라 위험지역 의료진의 감염으로 인해 비아프리카 지역으로 병이 확산된 사례와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제시문을 읽고 난 뒤 두 사례의 공통점을 ‘확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지원자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해 긍정적 확산을 할 수 있는 사례를 말하라(고려대 국제인재)’고 추가 질문한 경우도 있었다.

고교생활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도 문제로 출제된다. ‘공동 과제 연구 프로젝트에서 불가피한 가정사로 참여가 부족했던 조원을 조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서울대 일반전형)’와 같은 예다. 평상시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냥 넘기지 말고 이해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 보자. 이미경 서울여대 입학전형전담교수는 “발표 면접과 질의응답을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지, 소통능력이 있는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공동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지 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소양·열정 논리적으로 말해야

C유형에서는 전공, 진로 관련 밀착 질문으로 지원자의 비전과 소양을 함께 읽는다. 경영학과 지원자에게 ‘지원 분야에서 양심의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고려대 사회배려자)’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평소 전공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이에 대해 올바른 해석과 가치관을 지녔는지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진로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 도전정신은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권성철 포스텍 입학사정관은 일반고 출신 한 지원자를 예로 들었다. 이 학생은 지원할 전공과 관련해 꼭 공부해야 할 과목 수업이 3학년 때 개설되지 않자 혼자 계획을 세워 공부하며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권 입학사정관은 “한계상황을 열정과 흥미, 도전정신으로 극복한 사례로 기억에 남는다”면서 “학업과 진로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와 가치관을 통해 인간적인 품성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성평가 기출문제

▶ 2015학년도 서울시립대 고른기회입학전형Ⅰ·Ⅱ 인성평가 공통문항

<제시문> OO고교의 2학년 1반에는 땀냄새가 심한 A라는 학생이 있다. 몇몇 학생들은 A에게 땀냄새가 많이 난다고 놀리면서 A랑 어울리면 왠지 본인도 그렇게 놀림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의 학생은 A와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한 학생이 A를 놀렸다. “넌 마늘도 안 먹으면서 왜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나? 너 땀냄새 때문에 밥맛이 떨어져!”

순간 반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A는 옆에 앉아 있던 B를 바라보았지만 B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A는 당황해 하며 울먹이다가 혼자 밖으로 나갔다.

2학년 1반 학생 중 그 누구도 울면서 뛰어나간 A를 찾아 나가지 않았다. B는 A를 쫓아갈까 생각했지만 쫓아나간다면 친구들이 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지 않았다.

A가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에는 짝꿍인 B가 포함돼 있었다. B는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친구들처럼 A를 놀리거나 괴롭힌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자신 역시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B는 사과문을 제출한다면 혹시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자신에게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당신이 B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2015학년도 서울여대 수시모집 인문사회계열 면접 문항

일기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A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일기쓰기에서 보이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밑줄친 부분에서 일기에 대한 A와 어머니의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당신이 A라면 어머니께 어떻게 답할 것인지 이야기해 보시오.

<제시문> A는 우연히 어머니의 학창시절 일기장을 발견했다. 하루에 한 쪽씩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다이어리 방식의 일기장이었다. (중략) A도 거의 매일 일기를 쓰지만 일기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일기 앱을 다운받아 쓰고 있다. 주로 일상의 풍경이나 친구들과 함께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저장한다. (중략) A도 예전에는 종이에 일기를 썼지만 요즘은 앱으로 일기를 쓰는 데 재미를 붙였다. 날씨나 현재 위치가 자동으로 입력되어 편하고,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마다 태그를 붙여두고 나중에 주제별로 모아서 볼 수 있다. 페이스북과 연동해 두면 SNS에 올린 글이 자동으로 앱에 들어오고 앱에 저장한 사진과 일기 중 원하는 것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옛 일기장 덕분에 어머니와 학창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너도 일기를 쓰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A는 일기 앱을 보여드렸다. 그런데 일기 앱을 본 어머니는 “이건 아무리 봐도 일기 같지가 않네!” 하고 말씀하셨다.

봉아름 객원기자 bong.a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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