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 "애플주식 적정가는 240달러"

중앙일보

입력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선견지명이 이번에도 통할까.

아이칸은 18일(현지시간) 애플의 적정 주가를 240달러로 평가했다. 애플의 선장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칸의 말이 나오자마자 애플 주가는 오름세를 탔다.

마켓워치는 아이칸 발언이 애플 시가총액을 83억5000만 달러 증가시킨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날 종가는 130.19달러. 아이칸의 주장대로라면 애플 주가는 앞으로 84% 이상 더 올라야 한다. 애플은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이 주가를 반영하면 애플의 시총은 1조3826억 달러로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아이칸은 편지에서 “기관투자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뉴스 미디어가 모두 애플의 가치를 잘못 이해하고, 성장전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주가가 저평가돼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펼치는 낙관론의 주된 근거는 애플의 신규산업 진출이다. 아이칸은 애플이 내년에 TV 생산을 시작하고, 2020년에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두 시장의 규모는 2조2000억 달러. 애플이 그동안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시장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것을 감안할 때 자동차와 TV라는 방대한 시장도 얼마든지 지배할 수 있다는 게 아이칸의 논리다. 아이칸은 애플의 IT생태계가 자동차·TV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그림을 그려냈다.

TV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드는 애플이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지만, 자동차는 아직 애플이 진출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분야다. 물론 시장은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동차회사로 변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뒷받침돼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칸이 누구인가. 시대를 대표하는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다. 눈부신 성과가 여럿 있다. 지난해엔 이베이를 압박해 알토란 같은 페이팔 분사를 이끌어냈다. 애플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요구를 관철시킨 선봉장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에도 아이칸의 목적은 애플이 더 많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 500억 달러의 자사주 인수를 발표했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니 더 하라는 것이다. 그는 애플 주식 0.92%를 보유한 7대 주주다.

한국 산업계 입장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칸이 주장하는 애플의 미래전략이다. TV와 자동차는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다. 애플이 성공할수록 국내업체가 차지한 시장이 잠식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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