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그리고 나와 이웃 삼라만상이 더불어 한몸이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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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25일)을 앞두고 14일 서울역에서 월주(80) 스님을 만났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뒤 시민운동을 거쳐 지금은 지구촌공생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구촌공생회는 제3세계를 지원하는 국제개발구호 기구다. 이날도 월주 스님은 부산에서 ‘2015 사회적기업 국제학술컨퍼런스’에 참여하고 막 서울로 올라온 참이었다. 스님은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동적이고 기운차다. 평소 소식(小食)하며 수행한 결과일까. 월주 스님에게 ‘석가 탄신’의 뜻을 물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는.

“부처님오신날은 단순히 의례적인 행사에 그치는 날이 아니다. 연등을 달고, 기도를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부처님은 모든 생명이 진리를 깨닫도록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거다.”

-그게 어떤 진리인가.

“부처의 마음과 중생이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진리다. 사람도, 동물도, 광물도, 식물도 바탕에는 지혜와 자비를 갖추고 있음을 일깨워주신 거다. 그게 바로 불성(佛性·부처의 성품)이다.”

-현대인은 각박하게 살아간다.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쫓기고 허덕이며 산다. 우리 안에 불성이 있다면 왜 그리 쫓기며 사나.

“착각 때문이다. 내 안에 불성이 있는데도, 그걸 등지고 살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에 분명 부처의 성품이 있는데, 그걸 꺼내지 않고 사는 거다.”

-등지고 사는 이유가 뭔가.

“밝지 않아서다. 불교에선 그걸 ‘무명(無明)’이라 한다. 욕심과 집착으로 인한 번뇌와 망상 때문에 등지게 된다.”

월주 스님은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이란 구절을 꺼냈다. “부처와 마음과 중생은 아무런 차별이 없다. 다 갖춰져 있는데 착각 때문에 그걸 깨우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등진 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돌아서라고 하신 거다.”

-돌아서면 어찌 되나.

“돌아서면 달라진다. 부처님같이 행동하고 말하고 살게 된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거다. 등지고 있던 나를 돌려서 그걸 찾으면 된다. 모든 중생이 미래에는 성불(成佛·부처를 이룸)한다고 했다. 자기 안에 무한 법성(法性)이 있으니까. 다만 빠르고 느림이 다를 뿐이다.”

-그걸 찾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걸 깨닫고 보면 나와 이웃과 인류, 모든 삼라만상이 동일체(同一體)가 된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하늘과 땅이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몸이다. 그렇게 살게 된다.”

등지고 있던 내 안의 불성 깨달으면
모든 중생이 미래에는 성불한다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있을 뿐

백성호 기자, 배은나 객원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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