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율급락에 더 어려워진 기업환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원화 강세 요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2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로 시장에 달러가 쏟아지고 있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금리인상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가치는 세계적으로 급락세다. 외환투기 세력이 역외선물환(NDF) 거래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도 환율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이미 손익 분기점인 달러당 1025~1059원(무역협회 추산)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 채산성은 나빠지고 대규모 환차손도 불가피하다. 성장 기여도가 90%에 육박하는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올해 경제성장 5% 달성목표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 기업들에게 원화 강세는 당장 고통이다. 달러화 결제 비중을 줄이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경제 체질을 개선할 기회이기도 하다.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킬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도 그런 고통을 겪으며 경쟁력을 키웠다.

새해 벽두부터 기업들은 원화 강세와 고유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4일 경제계 신년회에서 대한상의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앞으로 기업에 우는 소리를 좀 해야겠다"고 맞받았다. 기업들로선 또 하나의 짐을 떠안은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해외로 나간 기업들은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다. 국내에 있는 공장들마저 환율을 핑계로 빠져나가지 않을지 걱정된다. 이제는 기업 때리기와 반기업 정서를 자제해야 한다. 기업마저 꿈과 비전을 잃게 되면 누가 경제를 살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