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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라인’은 초간편 생활 메신저 … 북미·유럽도 가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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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라인주식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81억엔(2551억6700만원), 이중 90%를 라인 메신저가 벌었다. 네이버 분기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자회사 라인에서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도쿄 시부야 라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데자와 타케시 CEO. 그는 “라인을 메신저 이상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사진 라인]

‘음식주문·쇼핑대행·콜택시·개인간거래(C2C)·간편결제….’ 일본에서만 6000만 명, 전 세계에서 2억500만 명(월 사용자)이 쓰는 네이버의 메신저 앱 ‘라인(LINE)’이 일본에서 하는 서비스들이다. 라인 위에 각종 온·오프라인 서비스들이 올라탔다. 라인이 만들어 갈 메신저 서비스의 미래가 일본에서 먼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최근 라인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난달 초 이데자와 타케시(42·出澤 剛) 대표이사 사장이 라인주식회사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최고운영책임자였던 그는 라인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데자와 대표의 취임은 라인의 전략 수정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라인은 2011년 6월 첫 서비스 론칭 후 귀여운 스티커를 무기로 이용자 수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엔 외형 늘리기 보다는 ‘라이프 플렛폼’으로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인 6억 명 돌파’ 같은 앱 다운로드 횟수 대신 월 이용자 수(MAU)만 발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인 2막’을 준비 중인 이데자와 대표를 11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라인 전신인 NHN재팬이 2010년 인수한 일본 포털 라이브도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이데자와 대표는 “모바일 시대엔 정보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젠 포털 아닌 모바일메신저에서 정보를 찾고, 여기서부터 모든 활동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라인이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서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대거 출시했다. 성과도 거뒀다.

 그는 “도쿄에서 시작한 라인택시(콜택시)는 현재 일본 절반까지 확대됐고, 한국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합작한 음식배달 서비스는 쇼핑대행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소개했다. 결제·송금 수단인 라인페이도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에서 라인 하나면 생활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다. 그는 일본의 성공사례를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라인이 시장 1위를 달리는 국가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라인은 전체 MAU의 60% 이상이 이들 4개국에 치우쳐 있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북미·유럽에선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동남아는 다음카카오나 페이스북도 눈독을 들이는 ‘메신저 격전지’다.

 이데자와 대표는 “이제는 각 국가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1위 국가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워 여느 나라나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서구 업체와 달리 라인은 각 문화권의 취향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첫사랑 추억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에선 ‘동창생 찾기 기능’을 추가하는 식이다.

 북미·유럽 시장에 대한 해법도 있다.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수한 뮤직 앱 ‘믹스라디오’가 한 예다. 노키아폰(윈도OS) 버전만 있던 믹스라디오는 20일 안드로이드폰과 애플 아이폰(iOS) 버전으로도 출시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라인 약세 지역에서) 믹스라디오처럼 독자적으로 성공을 거둔 뒤 라인과 협업할 가능성도 있다”며 “라인 외에 다양한 성공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업계가 주목하는 라인 기업공개(IPO)도 그의 손에 달려 있다. 라인은 지난달 초 도쿄증권거래소에 IPO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이데자와 대표는 “글로벌 넘버원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시도를 해야하고, 이때 자금조달이 중요하다”며 “IPO는 논의 중이지만 아직 시기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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