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2위 찍고 '가자,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3월)과 독일월드컵 축구대회(6월)에 이어 12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2006 아시안게임(12월1일~15일)이 열린다. 4년마다 열리는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65~70개를 획득, 98년 방콕.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아시안게임은 한국 엘리트스포츠로서는 시험무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거의 대부분 종목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그 뒤로 처음 맞는 종합국제대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와 태릉선수촌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회 성적이 2년 뒤인 2008베이징올림픽에 그대로 연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강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젊은 선수 육성에 나섰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추월해 사상 첫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다.그런 중국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시험무대인 셈이다. 이미 세계 정상권으로 성장한 중국 스포츠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육상.수영 등 미국에 비해 열세인 기초종목의 기록 향상을 확인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종목에서 이미 아시아 국가들의 추격 사정권에서는 저만치 달아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사회체육에 치중해 온 일본도 칼을 빼 들었다. 한국에 계속 밀리자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스포츠과학센터를 설립하고 엘리트스포츠 강화에 나섰다. 2001년에는 10년 후 올림픽 금메달 숫자를 10개로 늘리겠다는 '골드플랜'을 실시했다. 골드플랜은 뿌리를 내린 사회체육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해 집중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유망주에 대한 투자에 발벗고 나섰고,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예산을 3배 가까이 늘렸다. 그 결과 일본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따내 종합 미국.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은 특히 기초종목인 수영.육상과 체조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기세가 등등하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종합2위를 다툴 예정이지만 기초종목에서는 중국과 자존심을 건 일전을 벼르고 있다.

이런 중국과 일본의 협공에 한국 스포츠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기초종목에서는 중국.일본에 크기 밀리는 상황에서 그동안 메달밭으로 여겨졌던 유도. 레슬링.양궁 등의 종목도 더 이상 '효자'로 남기 어렵게 됐다. 후발국들의 추격이 무섭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매번 금메달을 선사했던 유도는 지난해 9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2005 세계 유도선수권대회에서 조남석(포항시청)이 동메달을 1개 따내는데 그쳤다. 하마터면 1975년 이후 30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할 뻔했다.

레슬링은 지난해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05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레코로만형의 박은철(55㎏)이 은메달, 김민철(66㎏)이 동메달을 딴게 전부다. 이는 9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룰이 바뀐 것도 문제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기량과 체력에서 모두 밀렸다는게 중론이다. 양궁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위를 빼앗겼다.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은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한국 스포츠는 당분간 하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