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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빌라, 싸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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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마포구 주택가의 신축 빌라 홍보물.

“마음에 들면 바로 계약하세요. 요즘 괜찮은 신축 빌라는 돌아서면 계약돼서….”

 15일 낮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가. 쓰리룸(방 3개) 신축 빌라를 둘러보고 나오는 데 빌라 분양 중개인이 “분양 물량이 몇 개 안 남았다”며 계약을 부추겼다. 괜찮은 집은 하루 이틀 고민할 참도 없이 계약된다는 것이다.

 요즘 소위 ‘빌라’(villa)로 불리는 신축 다세대·연립주택이 잘 팔린다. 몇 년째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셋방살이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신축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수도권의 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과 착공 연면적은 전년에 비해 각각 22.2%, 25.7% 늘었다. 올 1분기 전국 다세대·연립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4만2000여 가구로, 2012년 1분기(4만6000여 가구) 이후 가장 많다.

 빌라의 매력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방배동 쓰리룸 신축 빌라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인 3~5억 원 정도다. 서초구 양재동이나 송파구 방이동 등 서울 ‘강남 3구’의 빌라 분양가도 이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경기도 부천시 등지는 2억~3억 원이면 전용면적 56~60㎡ 정도의 쓰리룸 빌라를 살 수 있다. 여기에 분양가의 50~60% 정도까지 담보대출을 받으면 실입주금은 1억 원 정도까지 내려간다. 한 빌라 분양 중개인은 “서울에서도 실입주금이 1억~1억5000만 원이면 어디든 입주할 수 있다”며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2억~3억 원)으로 집도 사고 살림도 새로 장만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건축·평면 기술 발달로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인기 요인이다. 대부분의 신축 빌라는 가구 수 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CCTV 등 보안시설도 제법 갖추고 있다. 한 빌라전문건설회사 관계자는 “과거 정사각형의 붉은 벽돌집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전문 업체가 설계·인테리어를 하는 예도 있어 복층이나 테라스 등을 갖춘 실용적이고 예쁜 집도 많다”고 말했다. 대개 80~90% 이상 집을 지은 상태에서 분양해 집을 보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신축 빌라는 그러나 매력 만큼 주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분양가는 적정한지, 향후 처분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빌라보다 훨씬 비싼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미래공인 허윤지 실장은 “아파트보다는 싼 것은 맞지만 지은 지 2~3년 된 주변 빌라보다도 20% 이상 비싼 곳도 있다”고 귀뜸했다. 교통·교육여건은 물론 주차·보안 등이 잘 갖춰진 집을 선택해야 나중에 팔기도 수월하다.

 빌라는 대개 분양 주체(건축주)가 개인이나 중소 건설회사다. 따라서 계약 때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테라스나 다락방 등의 불법 확장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하자보수보증금(공사비의 3%) 예치 여부도 중요하다. 빌라는 특히 입주 후 하자·보수 문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으므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하지 않았다면 계약하지 않는 게 낫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양 중개인들의 말에 현혹돼선 안된다”며 “쉽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장기 거주하거나, 이사를 가야 할 때는 전세나 월세를 놓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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