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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정보 17만 건 … 보이스피싱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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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게 사기범의 정보를 공유하는 더치트의 김화랑 대표와 동료들. 왼쪽부터 최민지 디자이너, 김 대표, 이동혁 최고기술경영자. [최승식 기자]

“지난해 인터넷 사기와 보이스피싱으로 1400억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거에요. 올해께 사람들이 억울하게 돈을 잃지 않도록 은행과 제휴해 사기 피해를 줄이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김화랑(33) 더치트 대표의 얘기다. 더치트는 전자상거래 사기범의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유하는 기업이다. 김 대표가 지난 2006년에 선보인 서비스로 사기 혐의가 있는 사람의 이름, 계좌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을 더치트에서 검색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김 대표가 ‘사이버 보안관’을 자처하며 모아온 사기꾼 정보는 17만 건에 이른다. 이 정보를 통해 연간 약 164억원의 피해를 줄이고 있다.

 김 대표가 올해 주력하는 건 은행과 손잡고 내놓을 ‘전자금융 피해이력조회 서비스’다. 그는 “아직까지도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등으로 사기를 당한 후에야 더치트를 접하고 있다”며 “사기 피해를 초반에 막을 수 있도록 더치트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 뱅킹에서 상대방 계좌를 조회해 사기 혐의가 있는지 알아보는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서비스로 사기 피해가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은행에선 300만원 이상의 이체된 자금을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찾으려면 입금된 때부터 10분 이후부터 찾을 수 있는 ‘사기자금 지급정지 제도’를 운영했다. 10분 안에 범행을 알아채면 계좌 이체를 정지할 수 있다. 최근 지연 인출 시간이 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주요 고객인 소액결제자는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데다 사기를 당한 것을 가정한 사후대책”이라며 “이와 달리 전자금융 피해이력조회 서비스는 송금 전부터 사기 피해를 차단할 수 있어 사기 피해가 과거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BK기업은행과 제휴를 맺고 하반기에 시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 대표가 이 서비스의 성과를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치트 자료가 경찰 수사에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치트에 가입한 경찰은 지금까지 1378명이다. 경찰은 사이버 범죄가 발생했을 때 더치트에 등록된 사기꾼 정보를 이용해 수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엔 경찰청 사이버 치안대상 감사장을 받았고, 지난해엔 서울지방경찰청의 명예경찰로 위촉되기도 했다.

 김 대표도 인터넷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2005년 12월 전자상거래를 통해 컴퓨터 부품을 사려다 사기를 당했다. 그것도 연속 3번이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 금액이 작아 도움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기꾼은 1년 이상 같은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를 이용해 다른 수십 명에게도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는 그때부터 사람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기꾼 정보를 공유하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2012년 3월 법인을 설립해 직원 5명이 지난해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더치트가 사기 피해를 방지하는 사회적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3년 안에 모든 금융사에서 이용자가 송금 전에 상대방의 사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더치트의 핀테크는=더치트는 올해 은행과 손잡고 ‘전자금융 피해이력조회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할 때 상대방 계좌가 사기 혐의가 있는지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더치트는 휴대전화 번호, 계좌 등 사기범의 정보 찾는 기술을 금융에 활용하면 사기 피해를 사전에 막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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