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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지 태부족…배수문도 허술|서울침수…무엇이 잘못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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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의 물난리는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천재였다. 그러나 평소 유수지의 배수펌프를 보다 증설하고 하수구의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수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수침수와 외수역류로 물난리를 겪은 곳들을 지역별로 그 원인과 대책을 진단해본다.

<망원유수지도과>
망정유수지 배수문이 무너진것은 당초의 공사부실과 평소의 관리소홀이 겹쳐 일어난것으로 서울시당국은 보고 있다.
성산대교 북쪽 인터체인지옆 한강제방너머에 있는 망원유수지의 면적은 1만6천4백평·용량 13만5천t·수위5m로 마포구일대 저지대 10여개동에서 나오는 양수를 받아 5대의 펌프로 물을 한강쪽으로 뽑게돼있다.
이 유수지는 72년 홍수때 임시로 6백50마력짜리 펌프1대를 설치, 물을 퍼내다가 73년에 건설했다. 당시 배수문은 제방바깥한강쪽으로 나가 있었으나 79년 성산대로와 성산대교를 건설할때 가로2·4m, 세로2·4m짜리 시멘트 배수관 3개를 묻고 유수지 안으로 들어 앉혔다. 배수문을 옮긴 이유는 배수문이 겉으로 드러나 보기 흉하다는 점과 관리사무실과 떨어져있어 불편했기 때문. 그런데 이번 사고가 바로 이때 유수지 안쪽으로 옮긴 배수문에서 일어났다.
현장의 기계공박기정씨(34)에 따르면 2일 상오 8시30분쯤길이7·2m의 시멘트 배수문 양쪽 흙사이로 물이 솟구쳐 나오더니 9시30분쯤 배수문에 금이가고 10시20분에가로 7·2m, 높이2·4m의 배수문이 완전히 뒤로 자빠지면서 옹벽40여m가 무너져 내리고 한강물이 콸콸 역류해 들어왔다는것. 물은 2시간30분만에 유수지를 꽉채우고 넘쳐 인근망원2동주택가로 스며들었다.
처음 배수문옆으로 물이 스며들때 유수지관리직원들이 용케 발견은 했으나 응급처리를 할 능력과 준비가 없어 구청에 보고하는데 그쳤고, 구청직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쓸수 없을 정도로 한강물이 역류해 들어왔다.
현장을 조사한 서울시종합건설본부는 물이 수문옆 흙사이에서 솟은 점으로 봐 배수관이 샜으며 유수지보다 수위가 높아진 한강의 수압이 수문을 밀어제쳐 견디지못하고 옹벽에서 떨어져 나간것으로 보고있다. 서울시관계자는 배수관공사가 완벽하게 돼있었다면 한강의 수앞이 아무리 높아도 배수문이 배수관에서 떨어져 나갈리 없다며 일단 배수관매설 공사와 배수문부착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내천법람>
성내천은 하구가 아무런 안전시설조차 없이 한강쪽으로 평평하게 노출돼있어 1급침수위험지역이었다. 그래서72년 홍수때도 한강물이 역류해 물난리를 겪었다.
남한산성에서 시작, 마천·오금·둔촌·성내·풍납동을 거쳐 한강의 잠실철교밑으로 빠지는 성내천은 전장12km로 유역면적만도 66만평. 그렇지만 비교적 물이 적은편이어서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없다.
그러나 한번 홍수가 지면하폭이 좁고하상이 낮아 범람하기 쉽고 범람하면 평야지대이기 때문에 피해면적이넓다.
이번에 성내천이 역류현상을 나타낸것은 한강인도교 수위가 위험수위인 8m가까이 된 1일하오1시쯤.
이때부터 한강의 수위가 성내천하구의 높이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성내천의 하구높이는 한강인도교 수위를 기준, 13m에 불과하나 성내천하구의 한강수위는 이시간을 분기점으로 13m를 넘어 최고18까까지 올라 성내천물을 고스란히 밀어붙였다.
게다가 잠실에서 풍납동·암사동쪽으로 가는 강남도로 마저 노면이 낮아 물에 잠기는 바람에 교통이 끊기고 천호대교까지 자량통행이 차단돼 간호지역전체가 고립됐었다.
성내천하구에는 유수용량16만5천t 규모에 6백50마력짜리 양수기 4대를 갖춘 배수펌프장이 있다. 그러나 펌프장 위치가 낮아 역류가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침수, 스스로 전기를 끊고 철수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성내천이 손쉽게 역류·범람한것은 성내천하구에 대한 수방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지적. 만일 성내천하구에 5m이상 높이의 댐이나 제방을 쌓고 갑문을 설치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물난리는 능히 막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목·신정동 내수침수>
안양천은 다행히 범람하지 않았으나 목동·신정동 일대가 내수침수로 물바다가됐다. 이 때문에 77년7월 안양천상류의 폭우로 안양천이 범람했던 것과 다름없는 피해를 냈다.
안양천의 외수침수가 아닌데도 수재를 당한 것은 목동일대에 쏟아져내린 비를 안양천으로 퍼내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
이지역의 침수가 시작된것은 잔잔하던 빗줄기가 폭우로 바뀐 1일새벽 4시쯤부터. 주민들은 이미 자정쯤부터 경인고속도로 밑에 있는 신정유수지로 달려가 양수기를 가동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양수를 4시간쯤 가동하자 변압기가 고장나 펌프 6대는 있으나마나한 골이됐다. 결국 소방차 5대와 콤프레서1대를 동원해 물을 퍼내고 상오시11쯤 변압기를 갈아끼운 뒤 양수기를 다시 가동했으나 주택지역은 상오7시쯤 이미 물에 잠기고 말았다.
79년 4백50마력짜리 양수기 6대를 설치한 신정유수지는 우선 지역의 넓이나 유수지용량(22만8천t)에 비해 양수능력이 절대부족인데다 그나마 제대로 관리를 하지않아 가장 절박한 시간에 고장이 난것이다.
이지역의 근본적인 수방대책은 안양천보수. 안양천은 오랫동안 내버려둬 하상이 좁고 꾜불꼬불하며 낮아진데다 서해안이 만수가 되면 바닷물이 역류해 오는 바람에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부족한 유수지>
현재 서울에는 내수 처리를 위해 모두 28개의 배수펌프장에 1백20개의 양수기가 있다. 펌프장이 배치된 곳은 주로 한강변 저지대와 중량천·안양천·탄천등 하천변및 일반 저지대.
그러나 이번 비로 유수지가 절대 부족하며 기존 유수지마저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당초 수방대책의 침수예상지역을 14개지구로 잡았으나 38개지구로 늘어났는데 이들지역이 모두 유수지와는 거리가 먼곳들이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앞으로5백억원을 투입, 9개의 유수지와 9개의 간이 펌프장을 만들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20억원으로 옥수·응봉·합정· 성산등 4개의 유수지와 2개의 간이펌프장을 만들 방침이다.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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