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불안해 잠 못 자” 목격자들 외상 후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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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던 예비군 500여 명이 14일 오후 2시쯤 모두 퇴소했다. 육군은 훈련 일정상 이들의 퇴소 시간이 이날 오후 5시였으나 사고가 터진 이후 훈련을 중단하고 조기 퇴소 결정을 내렸다. 예비군들이 버스를 타고 부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신인섭 기자]

“밤새 뒤숭숭하고 불안해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사람들이랑 얘기도 거의 안 하고 생활관에만 줄곧 있었어요.”

 지난 13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에 있던 예비군 김모(23)씨는 14일 오후 2시 훈련장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육군은 김씨를 포함한 예비군 540여 명을 이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번에 걸쳐 전원 퇴소시켰다. 이들은 훈련 일정상 이날 오후 5시 퇴소 예정자다. 하지만 사고가 터진 이후 훈련이 중단됐고 조기 퇴소가 결정됐다.

 김씨 외에도 직간접적으로 사건을 겪은 예비군들은 입을 모아 정신적 외상을 호소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상담을 받기도 했다. 15사로에서 사건을 목격한 김남형(26·서울 송파구·회사원)씨는 “국군수도병원 정신과 전문의에게 10분 정도 상담을 받고 부상확인서도 받았다”며 “지금도 현실감각이 없다”고 말했다. 윤근수(29)씨 역시 “A4 용지 1쪽 분량의 PTSD 관련 설문지를 받았다”며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 밤새 잠을 잘 못 이뤘고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사고와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퇴소한 예비군들에 따르면 현장 분위기는 사고 직후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이후에는 대체로 차분했다. 오후에는 모든 훈련이 멈췄고 예비군 대부분은 내무반 등에 모여 대기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김모(26)씨는 “사건 이후 예비군들끼리 내려와서도 서로 멀찍이 떨어져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며 “누가 총을 가지고 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에는 모두가 혼란스러워 가족들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휴대전화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중대장실에서 안부만 전하고 다시 전화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인혁(23·서울 관악구)씨는 “오전 11시30분 내무반에 복귀해 오후 6시 저녁식사 전까지 계속 대기했다”며 “15명 정도 있었는데 사고 관련 얘기들을 12시간 넘게 나눴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군의 대처가 강압적이고 미숙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당시 사로 밑 계단에서 대기 중이었다는 김모(25)씨는 “사고 이후 중앙수사본부에서 참고인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 같았다”며 “3사로 부사수에게는 본인이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현장조사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수사본부에서 ‘나중에 (후유증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일단 조사를 가자’는 식으로 강요했다”며 “3사로 부사수에게 최씨 역할까지 맡겼다는데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조혜경·임지수·박병현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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