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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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사회에서 새로운 학기의 시작은 항상 설렘과 함께 온다.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이뤄지는 학문에 대한 참신한 자극과 도전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새학기는 막연한 불안과 긴장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관례이다시피 돼버렸다. 응어리진 젊은이들의 불만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할수 없다는 불안감과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는 현실이 대학인 모두를 무겁게 짖누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젊은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자가당착적인 입장 또한 악순환을 거듭하는 학원문제의 해결을 더디게 만드는 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젊은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할수 없듯이 길들여지고 비판정신이 결여된 젊음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통조림된 과일처럼 일찌기 기성세대에 동화되어 보다 매끄럽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 결코 바랍직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의 상이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서 강렬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우선은 충격과 당혹, 분노가 섞인 감정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면 우리에게 낯설게 보이는 젊은세대의 행동유형과 사고방식이 실상은 기성세대가 뿌린 씨앗임을 깨닫게 된다.
거듭되는 학생들의 집단적 의사표시방법의 과격화·비민주화 경향을 탓하고 이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 속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같은 기성세대들의 자성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경직되어 맞설때 양보와 관용과 이해의 자세는 역시 강자인 기성세대로부터 와야 하는 것이 순리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그 사회가 젊은이들의 요구와 희망, 정의감과 비판의식을 어떻게 잘 소화시켜 내는가에 따라 가름될수 있다. 젊은이들이 정신의 홍역을 현명하게 치르고, 그들의 끓는 혈기가 개인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낭비되기 않도록 이끌어 가야하는 무거운 짐이 바로 기성세대에 주어진 과업이다. 젊은이의 열정이 한여름철 피다지고 마는 풀꽃이 아니라 열매맺는 나무로 자라도록 그토양을 가꾸는 작업이 바로우리가 할 일이다. 그러나 그일은 말로는 되지 않는다. 최영(이대교수·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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