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교부장관 인사말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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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대학은 광복이후 계속해서 통제 및 조성의 병행정책이 추구됨으로써 어찌보면 대학 행정은 오랫동안 타율적 역사가 지배하여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80년을 기점으로 우리 대학의 대중화추세가 급격히 진전되는 가운데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 관심과 노력속에서 특히 84년 신학기를 계기로 일대대학 자율화 시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우리의 대학들이 종전과 같이 지나치게 타율에 의지하여 진정한 제모습을 찾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의 대학은 대학의 본질인 동시에 생명인 창조와 지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게 될뿐더러 궁극적으로는 대학본연의 존재의미조차 상실하고야 말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오랜 경험에서 너무도 뼈저리게 느껴온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대학자율을 대학정책의 제1지표로 뒤늦게나마 밝히게 된 중요한 이유도 자율이 결코 대학에 있어서 하나의 단순한 운영수단이 아닌 대학의 중요한 본질적 기능의 하나라는점과 이와 함께 비록 당장에는 다소 불만족스럽고 그로 인하여 오히려 일시적 혼란이 더 가중될 가능성마저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도적 일시적 현상으로 보며 기본적으로는 우리 대학과 대학인 모두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자율과 창조와 지성의 잠재역량을 깊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원의 자율화는 앞으로도 험난한 준령과 격랑의 파고를 겹겹이 헤친 후에야 비로소 튼튼하고 완전한 뿌리를 내려 정착되리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그 동안 우리의 학원은 모두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광복이후 오랜기간 동안 가위 타율적 대학행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공권력에의 의존과 타율적인 적용에 이끌려 왔기 때문에 그러한 그릇된 타성과 인습들이 하루아침에 말끔히 정산되기를 기대하기는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84년도 신학기를 맞아 자율시책으로 일대전환을 기하면서 진통의 소용돌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또한 앞으로도 어쩌면 더 큰 격동을 겪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 우려는 우리의 학원에 오랜 기간동안 고질화된 타율적인 병폐와 요소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신선한 자율의 새 기풍을 세우기 위해 마땅히 치러야할 하나의 피치 못할 과정이며 필연적인 시련인지도 모른다,
지난1학기 우리가 겪은 경험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론 일부 대학의 일부 소수의 극렬학생에 국한된 일이긴 합니다만 대학당국과 정부의 관용과 인내를 무력시하고 학원을 마치 치외법권적인 지역으로 착각하여 폭행·기물파괴·방화·화염병 투척등 폭력으로 교권을 유린하고 격렬한 소요를 시도한 점이다.
폭력은 결코 자율과 양립될수 없는 개념이며 더욱이 지성의 집단인 대학에서 폭력이 난무한다면 그것은 대학의 존립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 일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장래마저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이와같은 극렬한 학원폭력현상에 대하여 우리의 대학들은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배전의 노력들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일부 대학에서는 학원폭력과 질서파괴행위에 대해 확고히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방관만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음을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자율시책은 오는 2학기를 맞이하여 그것의 성패여부가 가름되는 참으로 중차대한 시험대에 놓이게 되었다.
소위 운동권 학생들은 1학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극렬하게 문제를 야기시켜 면학질서를 파괴하려고 할 것이며 이런 파괴행위는 예년과는 달리 개학과 거의 동시에 야기 될 것이 확실시되고있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원의 안정을 파괴하고 면학질서를 문란케하는 일부 소수 극렬학생들의 잠동을 근원적으로 봉쇄하고 절대다수 학생들의 면학권을 보호해야할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오는 2학기에는 학원대책의 기본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해 주기 바란다.
첫째, 학원자율화 시책은 인내로써 계속 추진해 나가되 진정한 학원 자율화에 역행되는 폭행·기물파괴·방화·화염병투척·교권유린 등 일체의 학원 폭력행위는 절대로 용납할수 없으며 엄격한 학칙적용은 물론 형사사안에 해당되는 것은 의법 조치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학기가 학원자율화의 l단계적인 과도기적 실험기였다고 하면 이번 2학기는 2단계적인 정비·정착기로 삼아가야 할것이다.
만일 우리가 2학기에도 학원자율화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1학기와 같은 혼란과 방황만 계속한다고 할것같으면 우리의 학원자율화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됨은 물론 결국은 타율의 악순환만 초래되어 학원의 경색화·획일화 내지는 대학기능의 위축으로 후퇴를 자초하고 말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러한 불행을 막아야 되겠다.
둘째, 대학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으로 학원질서확립을 위해 전 대학인의 총역량이 최대한 집중되어야 하겠다.
대학의 자율정착은 현단계에 있어 무엇보다도 대학이 그 본래의 사명인 학문연구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대학인 스스로의 손에 의하여 우선 학원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뿌리내리게 하는것이 가장 긴요한 선결문제라고 할수있다.
또한 학생지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
세째, 대학에 면학열풍이 좀 더 충만하도록 하여야 하겠다.
학원의 안정 비결은 궁극적으로 내실있는 교육을 통해서만 이룩될수있는 것이며 그 이외의 다른 묘법은 없는 것이다.
수업 제일주의로 대학의 전강의실·연구실과 도서실에서 늦은 밤까지 전등불빛이 환히 비쳐 나오고 면학의 열기와 과제해결에 날이 새는 줄을 모르는 대학캠퍼스의 풍경이 하나의 가상적 상상이 아닌 현실적 실재로서 등장할 때에 우리의 대학은 비로소 제 모습을 찾는 날이 될 것이다.
선진조국의 길은 선진제국에 있어서의 그들 대학의 면학의 모습을 우리가 절실히 추구해 나가는 길이라 할진대 소요와 혼란과 방종과 무질서와 나태로 충만한 오늘의 우리 대학 현실은 우리대학 자체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가적 위기라고까지 보아야 할것이다.
우리대학과 대학인은 자기직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대학발전의 유일한 암이요, 장애물인 학원의 만성적인 소요의 병폐를 우리대학인 모두의 힘으로 영구히 학원밖으로 추방해내도록 하여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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