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깊은 잠 깨어나 변화 서두는 「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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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세기 「칭기즈칸」의 통솔아래 아시아에 거센 바탕을 일으켰던 몽고 민족이 지난 30여년동안의 침잠에서 꿈틀거리며 조용히 변화를 맞고 있다.
몽고의 국가원수인 「윰자긴·체덴발」(67)서기장이 권좌에 앉은지 32년만에 건강을 이유로 물러나고 그 후임에 제2인자로 눌려졌던 현 수상 「잠빈·바트문흐」가 자리를 이어 받았다. 「체덴발」의 급작스러운 사임이 그가 모스크바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몽고인민혁명당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되었다는데서 주목을 받고있다.
본인 부재중에 열린 임시당중앙위원회가 「체덴발」 서기장의 정치국원 자리까지 해임한 것은 그의 중병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급작스러운 정치판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정권내부의 노선대립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이 대권을 잡은 「바트문흐」가 지금까지의 친소노선을 이탈하거나 수정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몽고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몽고는 「체덴발」의 오랜 독재시대에 친중공파를 서서히 추방시키고 친소파로 정권기반을 다져왔었다.
이 때문에 몽고와 중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어 왔으며 몽고에 거주하고있는 중공주민들의 추방으로 한때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신임 서기장 「바트문흐」는 모스크바에서 경제학을 전공, 몽고의 경제대학장을 지낸 인물로 경제 각부문의 근대화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소련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몽고는 소련에 지리적·전략적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소련은 중공을 겨냥한 4개 사단을 몽고영내에 주둔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몽고를 친소권안에 계속 묶어두려 하고있다. 「체덴발」의 전격적인 해임도 소련의 승인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주민들의 상당수가 몽고파오 (천막) 에서 살며 목축에 종사하고 있는 몽고는 곳곳에 교육시설을 늘리고 일면 경제개발을 서두르면서 부흥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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