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안양 해물모듬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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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주변의 위성도시에선 나름대로의 특색있는 음식들이 등장한지 오래다.
항구도시인 인천에선 무엇보다 싱싱한 생선회가 일미로 꼽힌다. 70년대부터 전국적인 유행음식이 된 갈비구이는 수원이 원조임을 주장한다. 의정부는 주둔미군의 영향으로 미식의 스낵이 눈에 많이된다. 청평이나 팔당등 유원지 부근에는 쏘가리 매운탕을 비롯한 민물고기 요리가 손님을 끈다.
안양에는 언제부터인가 한식메뉴에 해물모듬찌개가 등장했고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집들도 생겨 그 맛을 자랑하고있다.
해물모듬찌개는 한 남비에 들어가는 해물의 종류만도 30∼40가지에 이르러 이들을 삶은 국물맛 하나만으로도 구수함을 상상할수 있는 요리다.
가시 있고 비린내 나는 물고기는 일절 쓰지 않는다는 해물모듬찌개의 재료는 백합을 비롯한 조개류가 5∼6가지, 참소라·게소라등 소라류가 5∼6가지, 오징어등 연체어류가 5∼6가지, 대하·보리새우·참새우등 새우류가 5∼6가지, 민물에서 나는 우렁이, 바다의 멍게·미더덕·굴·전복등 손으로 꼽아도 한참 꼽아야 할만큼많다.
조개 한종류만으로도 담백하고 시원한 육수를 만들수 있는 이들 진미 해물들을 한꺼번에 모아 찌개를 만든것이니 뜨거운 가운데 시원한 맛을 즐겨 찾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것인지도 모른다.
해물모듬찌개는 이들 재료를 정갈하게 씻어 호박·풋고추(붉은것과 파란것)·파·미나리·쑥갓·무우·양배추등과 함께 넣어 육수를 남비에 깔릴 정도만 부은후 푹 끓인다. 해물은 끓일때 그 자체에서 물이 배어나오기 때문에 육수를 많이 부을 필요가없다.
다른 찌개와는 달리 끓이기 전에 양념을 함께 넣는다.
다지기는 고추·마늘·생강을 함께 다진것에 식초를 약간 섞은것을 쓴다.
남비 밑바닥에 다지기를 넣고 그 위에 해물과 야채를 얹어야 하므로 다지기의 분량을 식성에 알맞게 해야 간과 맛을 맞출수있다.
쇠고기 육수나 조개 육수를 써도 맛을 더해 주지만 담백한 맛을 즐기려면 육수 대신 물을 써도 좋다.
안양시 중심가인 안양1동 주변에 해물모듬찌개만 하는 집이 몇군데 있다. 대부분 한식점을 경영하다가 해물모듬찌개의 인기가 높아지자 한가지 메뉴만을 만들게된 경우.
안양에서 해물모듬찌개가 식당메뉴로 등장한것은 10여년전쯤 된다고 최련옥씨(37·안양시 안양1동674·귀빈정 주인)는 말했다. 최씨 역시 한식점을 하다가 3년전 해물모듬찌개만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이웃의 정호식당은 6년전부터 해물모듬찌개만 취급하고 있어 안양1동 뒷골목에서 두집이 맛을 겨루고 있다.
해물모듬찌개의 맛은 무엇보다 싱싱하고 품질좋은 해물이 결정해준다. 때문에 최씨는 새벽이면 서울의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좋은해물을 거두어 오는데 가장 큰 신경을 쓴다고 했다.
한여름이 지나 이제 각종 해물이 맛나는 계절이다. 여름동안 지친 입맛을 한번쯤 해물모듬찌개로 달래볼만 하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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