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개헌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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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해 벽두에 개헌론이 부상했다. 그것도 현 총리, 전직 대통령, 유력 대선주자 등 동시다발적이다.

이해찬 총리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대통령중심제가 가능할 수 있고, 복잡하고 다원적인 구조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다원적 구조에는 내각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각제를 언급한 게 이례적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권 일각의 내각제론자들을 감안한 원론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고건 전 총리다. 고 전 총리는 이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기 위한 개헌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4년중임제를 시사하는 말을 했다. 20년을 주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같아지는 해가 2008년이라고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 중임제를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중간평가를 할 수 없는 5년 단임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개헌 논의가 현실화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 주자들의 동의를 꼽는다. 본인 이해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이들이 반대하면 개헌 논의는 탄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 등은 이미 4년중임제를 말했다. 한나라당 '빅 스리' 중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경기지사도 4년중임제 찬성론자다. 여기에 고 전 총리가 가세한 셈이다.

이제 유력 주자 중 남은 건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이 시장은 "이 정권에서 개헌은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5년단임제가 가장 낫다"(지난해 10월 13일 관훈토론회)며 개헌론에 반대하고 있다.

개헌은 현실이라는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무엇보다 폭발성이 너무 크다. 개헌론의 진전은 정계개편과 주자들의 이합집산을 부를 수 있다.

일단 정치권은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를 지방선거 뒤로 꼽고 있다. 노 대통령 공약도 '2006년 논의 시작, 2007년 마무리'였다. 이 총리도 이날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권 관계자들은 개헌론을 정치권 밖의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제기해야 힘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정략이라는 오해가 없어야 제대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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