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재, 한국 엄마들 디자인 안목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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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아기용 교재를 개발하는 미혼의 일본 남성이 있다. 교육 전문업체 베네세 코리아의 하세가와 데쓰야(長谷川哲也.37.사진) 교재기획실장이다.

그는 일본 본사에서 유아 교재 개발을 맡고 있다가 2005년 4월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고교 학습 사업만 하던 베네세가 유아 교육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그를 한국에 파견했다.

지난해 10월 펴낸 만 3세 이하 아기용 교재 '아이 챌린지'는 그의 작품이다. 일본 도쿄와 인근 지역에서는 4~5가구당 한 가구가 회원일 정도로 히트한 '고도모 챌린지'를 한국 실정에 맞게 다듬었다.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닦기,옷입기 등 생활 습관을 엄마와 놀면서 익히도록 한 책이다. 하세가와 실장은 시장 조사를 위해 통역과 함께 한국의 아기 어머니들을 100명 넘게 만났다고 한다. 그는 "한국 어머니들이 아이들 교육에 쏟는 열정과 비용이 일본 보다 훨씬 높다"며 "최소한 남 정도는 해야한다는 불안감에 무작정 조기 교육을 시킨다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세가와 실장은 "일본에서도 10여년 전인 1990년대 초반에 조기 교육 열풍이 불었다가 이젠 사그라들고 있다"고 일본 교육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셈하기 등은 놀면서 익힐 수 있는 교재를 찾아 엄마 스스로 아이와 놀며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세가와 실장은 한국 여성의 디자인 안목도 높이 평가했다. 처음 일본 교재를 보여줬더니 모두들 그림과 색상이 촌스럽다고 평해 그림책의 색깔을 세련된 느낌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하세가와 실장은 "교재를 선택하는 어머니들 입맛에 맞춘 디자인이 아기들 정서에도 좋은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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