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반등에 인플레 조짐 … 미국·유럽 국채 값 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미국 채권 금리가 12일 5개월 새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는 얘기다. 사진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채권을 매매하는 모습. [뉴욕 AP=뉴시스]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이 12일(현지시간) 다시 휘청거렸다. 미국과 독일 국채 등의 값이 크게 떨어졌다. 채권시장 불안이 지난주 말 잠시 주춤하다 재발했다. 충격은 상당하다.

 블룸버그 미국·유로존 국채지수는 최근 몇 주 새 가파르게 떨어졌다. 유로존 국채지수 하락이 미국보다 더 크다. 그만큼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28% 정도다. 한 두 달 전만 해도 1.8%대였다. 그 바람에 “투자자들이 잃은 돈이 4500억 달러(약 490조원)에 이른다”고 블룸버그가 13일 전했다.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채권시장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국제 원유 값 반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가 급락 시기에 국채 시장으로 피신한 상품 투자 자금이 요즘 원유 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인플레이션 조짐이다. 블룸버그는 “유로존의 최근 성장 지표가 긍정적이었다”며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유로존의 양적 완화(QE)가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졌다”고 했다. 유로존 성장 지표 개선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기도 했다.

 톰슨로이터는 “지난달 국채 값이 지나치게 올라 유럽 일부 국가의 단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였다”며 “채권값 하락을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는 “최근 국채 금리가 올라도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 채권 값 하락이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반면 경계하는 전문가도 있다. 원조 ‘닥터둠’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투자전망보고서) 발행인은 최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미국·일본·유로존 중앙은행의 머니 프린팅(QE)이 채권 값을 터무니 없이 끌어올렸다”며 “채권 값이 탈선할 때가 왔다”고 경고했다. 또 “거품이 붕괴할 땐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떨어지는 게 초기 증상”이라고도 했다.

 채권시장 불안은 순식간에 주식시장으로 전염되기 십상이다. 채권 가격 하락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게 만든다. 가치 차이를 줄이는 작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파버는 “채권 값 하락이 급격한 자산가격 재조정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