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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향해 쏜 7발…조준사격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 총기 사고가 예비군으로까지 번졌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최모(23)씨는 현역시절 관심 병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때문에 예비군 훈련장의 실탄 지급 및 총기 관리 방식 등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전 10시37분쯤이다. 최씨를 비롯한 예비군 538명은 52사단 210연대 소속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원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이들은 전날(12일) 2박3일 일정으로 입소했으며, 2일차인 이날은 사격훈련을 하게 돼 있었다.

훈련을 위해 사로(射路ㆍ사격하는 장소)에 들어갔던 최씨는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탄창을 받아 K-2소총에 끼운 뒤 영점사격을 위해 표적을 향해 한 발을 쐈다. 사고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최씨가 갑자기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최씨가 받은 탄창은 10발짜리였으며, 옆에 있던 예비군들을 향해 모두 7발을 쏜 것으로 조사됐다. 남은 두 발 중 한 발을 머리에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예비역 공군 중위가 예비군 훈련을 받던 중 권총으로 자살한 적은 있지만, 총기 난사사건은 처음이다.
사건 당시 6개 사로 중 맨 왼쪽에 있던 최씨는 자신의 오른쪽 사로에 있던 예비군들을 향해 소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특히 동료들을 향해 쏜 7발 가운데 4발이 명중해 최씨가 조준사격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총에 맞은 한 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부상자 4명 중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대대장, 중대장 등 간부 3명과 사로별 현역 병사 1명씩 모두 9명이 사격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워낙 최씨의 행동을 제지하진 못했다. 그래서 최씨가 있던 사로의 통제 요원이 규정대로 훈련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막지 못한 것 같다”며 “정확한 내용은 조사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씨는 현역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병적기록상 우울증 치료 기록도 있었다고 한다. 특별관리가 필요한 대상이었지만, 군은 아무런 안전대책 없이 일반 병사와 마찬가지로 실탄을 지급하고 사격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이와 관련, 현재 예비군 훈련장에서 실시되는 영점사격 훈련 때 실탄을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지 정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예비군 훈련을 관리하는 부대가 자체 판단으로 실탄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모든 부대가 영점사격을 위해 10발짜리 탄창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군 관계자는 “영점 사격 땐 먼저 실탄을 3발만 지급해 25m 앞의 표적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하게 한다. 그리고 나서 실탄 6발을 지급해 측정사격을 하는 순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3발이 든 탄창과 6발이 든 탄창을 나눠 지급하는 건 사고를 막으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탄창을 두 차례에 나눠 주면 갈아 끼우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번처럼 한 번에 10발이 든 탄창을 지급하는 부대도 적지않다. K-2 소총을 관리하는 방식도 부대마다 다르다. 사고를 막기 위해 총기를 아예 들지 못하도록 지상에 고정해놓은 부대도 있다.
군은 예비군의 신분이 민간인인 만큼 군 헌병과 경찰, 민간 법 과학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으로 공동수사단을 꾸려 조사하기로 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물론이고 훈련장 안전조치 미비 여부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5년 동안 예비군 훈련 중 발생한 사고는 68건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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