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인선 재고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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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믿지마라 미국을, 속지마라 소련에, 일어난다 일본이, 조심해라 조선아』 라는 말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해 여름 처음들은 말이었다. 9살때 효자동 종점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전차속에 늘 회색옷올 입고 타던 보살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전차간에서 하던 것을 듣고 유심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이런 말을 언제 지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한일관계,극동정세의 변화에 관한 현실을 접할때면 생각이 나는 시문귀였다. 일본인인 대륙낭인들이 퍼뜨린 유언비어 일까하는 생각이 간간이 들기도 한다.
최근 어느 교수가「한일관계 20년 주기」라는 말을 쓴일도 있지만 한일관계의 획기적 변화는 20년읕 주기로 하는지도 같다.
1884년의 갑신정변이 일어난 뒤의 한일관계를 비롯하여 1905년의 조선통감부의 설치, 1925년의 시정 15년을 기화로 한민족에게 문화정책을 쓰기 시작, 동화정책을 통한 「내선 일체」 개념의 등장, 1945년의 일본군국주의의 패망과 우리의 광복, 1965년의 한일국교정상화라는 명목하에 정치적 침투와 1985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관계의 정립, 그리고 2005년의 한일양국의 21세기 주도권 장악등 미래에까지 이와같은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현재의 지나친 친한정책등등….
그렇다면 앞으로의 20년간 한일관계는 요즈음 떠들썩 하듯 선린우호와 협력관계뿐일 것인가. 평등하고 호혜적인 교류가 기반이 될 것인가. 몇가지 예를들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유행가, 특히 일본 연가조의 홀러간 노래가 일본국내에서 크게 선전되고 많은 사람들사이에 불려지고 있는 틈예 서울에는 「일본말로 부르는 우리의 유행가」 그것도 일본의 연가풍인것들이 대부분이지만-가 시내의 현대식 팝레스토랑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국적입장에서 보아 일본문화의 건전한 교류는 앞으로 선택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국내저항이 적을 것이고 이해의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할것은 우리에게 전래되고 이미 널리 기업조직속에 퍼져있는 일본적 가치관과 집단주의적 의식문제다. 과거 한국사람들이 만든 기업속에 일본의 조직경험이나 관리 경험이 깊이 뿌리박고 있다.
그 기업을 창설한 중심인물이 일본적 문학가치관을 배웠고 체험한 것들을 기초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 입사하는 젊은 세대가 일본류의 문화형식과 유행을 따를지는 몰라도 일본적문화가치관을 배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보다 일본적 조직원리에 의한 기업일수록 간부와 사원간의 가치관의 갈등과 일본적 사고방식에대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의 약점이라고 일본사람들이 지적했던 개별주의적 생활전략에 따른 우리사회의식은 어느면에서 서구적 생활과 가치관에 부합되는 강점이라는 것을 인식할때 일본적 집단주의의 조직원리를 요구하면 할수록 세대간의 갈등과 반일적 감정대립을 가져올수도 있다.
이미 우리기업내의 일본문화 이전양상이 뿌리깊은데 그위에 반드시 우리가 일본에게서 기술을 가져와야 할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꼭 전보다 좋은 관계일는지는 의문이며 차라리 심각한 경쟁과 갈등관계일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데는 2O년 주기에 대한 세대구분을 보아도 알수있다. 지금의 60대는 일본의 패전당시 20대로 모든 부분에 일본적인 사고를 가졌고 지금의 40대는 그 유산속에서 서구문화가치관을 받아들였으며 지금의 20대는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구교육과 사회화과정에 새롭게 일본적 문화가치를 접목시켜야하는 어려운 지경이다.
이같은 사정속에서 21세기를 내다보는 한일관계률 일본의 한 연구 보고서는 이렇게 개략적으로 전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가면 미국의 힘이 쇠퇴해지고 소련의 팽창주의가 어느정도 한계점에 달하게 될때 한일간의 협력관계는 구조적으로 미국·한일협동·EEC, 그리고 소련이라는 순서로 그 지위가 결정될 것 이라는 것이다.
듣기좋고 희망적인 사항이지만 한일협동의 내용이 어떻게 될것인지, 그 구상이 문제이고 동반자로서의 상호지위도 문제다. 4O년 뒤인 지금에와서 보아도 『믿지말고, 속지말고 우리와같이 살자』는 것인지, 그리고 20년뒤에는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지극히 믿음이 가지않는앞일을 두고 일본문화와 그 가치관의 공식적 도입에는 여러 우려되는 요소가 있음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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